“포르쉐의 ‘운전하는 즐거움’ 전기차 시대에도 계속 될 것”
“핸들링-코너링 기술 어우러져… 자율주행차서 못느끼는 매력
출퇴근땐 편리한 전기차 이용”
年판매 1만대 돌파 수입차 7위
2019년부터 포르쉐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홀가 게어만 대표를 석 달 전 새롭게 문을 연 서울 ‘포르쉐 스튜디오 송파’에서 지난달 12일 만났다. ‘전기차 시대 포르쉐의 생존 방향’를 묻자 즉각 돌아온 대답은 “즐거움(fun)”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고성능 전기차를 출시하며 제로백(시속 0km에서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포르쉐 같은 럭셔리 스포츠카보다 빠른 점을 앞세워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게어만 대표는 “운전을 하며 ‘감정(emotion)’이 촉발되려면 속도 외에도 핸들링의 정확도, 부드러운 코너링, 최적화된 공기 흐름 등 수많은 기술이 함께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럭셔리 스포츠카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도 있는 자율주행의 미래도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인간의 ‘본능’을 화두로 꺼냈다. 게어만 대표는 “교통 체증이 심할 때처럼 자율주행이 필요할 때가 분명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자율주행 모드를 끈 채 운전대를 잡는 즐거움을 느끼려는 인간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는 포르쉐 ‘718 박스터 GTS 4.0’을 시승해봤다. 운전대를 잡고 루프톱을 열자 햇살이 머리 위로 내리쬈다. 묵직한 배기음 소리, 안정적인 고속 주행감, 부드러운 코너링.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다. 단순히 빠른 전기차나 자율주행 모드에서 느끼기 어려운 즐거움이었다.
그렇다고 포르쉐가 내연기관만 고집하는 게 아니다. 전기차와 재생합성연료(E퓨얼) 등 미래 투자를 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의 80%를 순수 전기차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포르쉐 국내 판매량 10대 중 3대는 친환경차(전기차 16%, 하이브리드 13%)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마칸’의 순수 전기차 모델도 연내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차원에서 게어만 대표도 평소 출퇴근길에 타는 차를 포르쉐의 상징과도 같은 ‘911’에서 순수 전기차 ‘타이칸’으로 바꿨다. 어떤 차가 더 마음에 드는지 묻자 “각자의 장점이 뚜렷해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며 “평소 출퇴근할 때는 충전이나 실내가 편리한 타이칸이 좋지만, 운전의 재미를 좀 더 느끼고 싶을 땐 911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럭셔리 스포츠카의 판매량이 대중 브랜드를 뛰어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다른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가 SUV 출시에 소극적인 것과 달리 유연하게 SUV 시장까지 확대 공략한 점이 성공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포르쉐 국내 판매의 절반(49%)은 SUV인 ‘카이엔’과 마칸이 차지했다.
게어만 대표는 지난해 판매 성과를 어떻게 생각할까. ‘들뜬’ 답변을 기대했던 예상은 빗나갔다. 고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도 ‘숫자’보다 포르쉐의 ‘본질’에 초점을 맞췄다. 게어만 대표는 “판매 수치 자체를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며 “다양한 예술 전시나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브랜드 헤리티지(유산)와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게어만 대표는 스튜디오 송파의 각 층을 직접 소개했다. 그러면서 “고유한 운전 경험으로 고객의 꿈이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 포르쉐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3층에서는 구매 예정 고객이 차량 외관과 시트뿐 아니라 안전벨트와 스티치(바늘땀) 색상까지 커스터마이징(주문 제작) 상담을 하고 있었다. 5층에서 카이엔을 인도받던 이태윤 씨는 “자동차는 ‘나’를 대변하는 물건인데 포르쉐 브랜드의 좋은 가치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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