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늘어난 한반도 생물

강필희 기자 2024. 2.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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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나 안킬로사우루스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고성고사우리푸스'라는 공룡이 있다.

몸무게 4t가량의 초식공룡으로 전기 백악기 시절 경남 고성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에 살았다고 추정된다.

생물학계에서 새로운 생물종을 발견했을 때만큼 흥분하는 순간은 없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한반도 자생이 확인돼 국가생물종목록에 오른 생물이 지난해 말 기준 6만10종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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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나 안킬로사우루스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고성고사우리푸스’라는 공룡이 있다. 몸무게 4t가량의 초식공룡으로 전기 백악기 시절 경남 고성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에 살았다고 추정된다. 1980년대 부산대 김항묵(지질학과) 교수가 지층 가운데에서 수천개 공룡 발자국 화석을 찾았고, 이중 일부는 한반도 유일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해 직접 명명했다. 한국 학자가 이름 붙인 공룡은 또 있다. 경남 함안의 ‘함안노사우리푸스’, 경남 하동의 ‘부경고사우루스’, 경북 의성의 ‘울트라사우리푸스’ 등이다.


생물학계에서 새로운 생물종을 발견했을 때만큼 흥분하는 순간은 없다. 기자가 울산 정족산 꼭대기에 있는 무제치늪을 취재차 찾았을 때 일이다. 동행한 전문가가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희귀 난을 며칠 전 포착했다며 그 자리로 안내했다. 그러나 난초는커녕 움푹 파인 구멍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미 미기록 희귀 난초 소식이 언론보도를 탔고, 가치를 눈치챈 누군가가 먼저 손을 댄 것이다. 나중에 여러 전문가 검증을 거친 결과 이 난초가 세계 최초는 아니었음이 밝혀지기는 했으나, 생태계 보고인 산상늪 보호 여론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한반도 자생이 확인돼 국가생물종목록에 오른 생물이 지난해 말 기준 6만10종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2007년 생물자원관 설립 당시 파악한 생물은 3만여 종이었는데 17년 만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무척추동물(3만1603종)이 가장 많고, 조류(6653종) 균류(6291종) 식물(5759종) 등이다. 한국인이 이름을 붙인 자생종은 2006년까지 2294종에 그쳤으나 이후 5234종으로 대폭 늘었다. 국내 생물학자들이 현장과 문헌 조사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그래도 한반도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종이 4만 종 넘는다고 추산한다.

우리나라에만 사는 생물인데도 학명에는 외국인 이름이 붙은 경우가 흔하다. 특히 일본인이 많다. 동식물 연구 체계가 없었던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학자가 조사를 선점한 흔적이다. 야금야금 그린벨트가 풀리고 개발 행위가 가속화해 동식물 서식 공간이 줄어드는데도 종 다양성이 늘어나는 건 한편으로 다행이다. 생물종은 이전부터 존재했으나 뒤늦게 밝혀지거나 아예 외부에서 새로 유입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기후변화 속도라면 언젠가는 신규 발견이나 유지보다 멸종 사례가 많아질 게 분명하다. 단순히 생육 확인에 그치지 말고 보존과 확산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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