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격차 해소와 지역균형발전
2024년은 갑진년이다. 하늘을 뜻하는 십간 갑(甲), 땅을 가리키는 십이지 진(辰)이 만난 해이다.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 ‘청룡의 해’가 되는 것이다.
늘 그랬듯이 새해가 되면 실천 계획이 많아진다. 작심삼일이 다반사다. 올해는 달라져야 하는데, 벌써 1월이 다 지났다. 개인의 일상이 이렇듯, 지역 공동체도 희망찬 계획과 실패의 반성이 반복된다.
최근 ‘격차 해소’라는 말을 종종 접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또는 지역 간 교통 문화 치안 안전 교육 건강 경제 등 생활 곳곳의 불합리한 격차가 사회적 문제와 지역 갈등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격차 해소’보다 더 오래된 의제가 저출산과 초고령화 사회, 그리고 지역 몰락의 ‘양극화 해소’다. 이것은 격차가 아니라 소멸의 문제다.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듯 고려시대를 시작으로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겹겹이 쌓인 서울 중심의 역사는 문화와 경제까지 독점해 버리는 실체로 굳어졌다. 이제 양극화의 위기는 경고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지역은 생명의 씨가 말라가고 있는데 서울권 독점 번영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최근 ‘벚꽃 엔딩’이라는 가설이 있었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지역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다. 2023년 교육부 연구 자료에 의하면 2040년에는 50%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복궁을 기준으로 전국 모든 대학 주소지와 거리를 산출해 신입생 경쟁률 충원율 취업률을 분석한 결과, 소재지가 서울과 멀수록 수치가 낮아졌다. 자료는 2040년에 전남 19% 울산 20% 부산 30%의 대학이 생존한다고 한다. 반면, 서울 82% 세종 75% 인천 70%의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의 살아있는 표본이다.
이 심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답은 획기적인 비수도권 지역 발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장 현실적 대안은 수도권과 상대할 수 있는 대도시권 하나를 정부와 기업이 특별한 방법으로 확실하게 육성하는 것이다. 과거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전국 나누기식 혁신도시건설의 지역균형개발은 대부분 실패했다. 도시 인프라와 기업이 함께하는 시너지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경제성장 체념론에 방관하는 느낌이다. 2023년 1.4%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2024년 올해는 2.1% 성장을 전망한다. 마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형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저성장을 당연시 받아들이는 정서다. 이것은 서울과 지방의 경제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그동안 일자리와 고령화, 지역경제의 몰락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난제에 대해 정부와 전문기관의 수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제대로 된 성과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저성장을 자연스레 인정하고 가진 돈의 분배에만 집중한 결과다.
이제 정부와 기업은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올바른 기업을 성장시켜 격차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견인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서울권과 상대하는 가장 강력한 대도시권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부산과 동남권이 바로 그곳이다. 서비스 항공우주 자동차 조선 전자 중화학 연구개발(R&D) 등 모든 경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통합된 초거대 경제권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에 134조 원을 투자해 춘천 아산 원주까지 연결해 서울과 수도권의 30분 교통망을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좋은 소식이지만 진짜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어지는 느낌이다.
부산권역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지형을 보면 서울 수도권과 부산 동남권은 서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수도권과 동남권이 특색있고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하면 우리나라 전체 지역에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도시 서울권과 환태평양도시 부산권이 한국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야 한다. 양 권역의 세계적인 경쟁력과 전국이 상생하는 지역균형발전으로 한국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