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클린스만호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새벽(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16강전을 벌였다. 평소 포메이션인 4-4-2를 버린 한국은 준비도 되지 않은 3-4-3 포메이션으로 엇박자를 내는 등 전반 내내 불안했다. 손흥민이 몇 차례 슈팅을 날렸으나 수비수에 번번이 막혔다. 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사우디 알셰흐리와 라자미의 헤더가 잇따라 크로스바를 맞고 흘러나오면서 다행히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후반 시작 1분 만에 사우디의 하지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은 0-1로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온라인상에서는 포메이션과 교체 선수를 전환하지 않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10분 중 9분이 흘렀을 무렵 이강인이 코너킥 상황에서 찬 볼이 설우영의 머리를 맞고 골대 쪽으로 날아갔고 조규성이 강력한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조별리그 내내 부진했던 조규성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8강으로 이끈 ‘영웅’으로 귀환한 것이다.
극적인 동점이 터지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김민재의 연속 헤더와 이강인의 강력한 왼발 슛까지 모두 사우디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좌절됐다. 승부차기 2-2로 동점을 이룬 상황에서 골키퍼 조현우가 사우디 세 번째 키커의 볼을 막아낸 뒤 조규성이 골을 넣어 1점 차로 앞서던 한국은 네 번째 승부에서도 실축한 사우디와 달리 황희찬이 ‘대표슛’을 성공시키며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문득 지난해 말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즌 막판 선두를 지키며 1부리그 승격을 눈앞에 뒀던 부산은 충북청주에게 이기기만 하면 1부로 승격할 수 있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종료 2분을 남기고 1-1로 비기면서 자력승격 기회를 김천에 넘겨줬다. 이어 1부리그 11위 팀인 수원FC와의 승강전(2차전)에서도 첫 경기에서 2-1로 1점 차 승리를 거뒀으나 2차전에서 2-5로 대패하면서 승강 기회를 완전히 놓쳤다. 눈앞에 다가온 1부 승격 기회를 놓치자 부산팬들의 실망은 극에 달했고, 선수들 역시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누구보다 승격을 강하게 원한 이는 바로 선수 자신이었기에 일부러 진 것이 아닌 이상 몰아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아이파크가 시즌을 앞두고 지난 8일부터 한 달간 태국 후아힌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기본 체력단련은 물론 새 선수들과의 합을 맞추는 훈련, 전술과 세트피스 훈련 등을 하느라 얼굴과 팔 다리가 까맣게 변한 것도 모른 채 땀을 쏟고 있다. 후아힌에서 만난 브라질 출신 라마스 페신 로페즈 역시 “태국은 브라질 보다 햇살이 더 따갑다”고 힘겨워하면서도 “전지훈련부터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테니 팬분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 응원해 달라”고 한 목소리로 요청했다.
이들에게 브라질은 휴식을 맞는 곳이기에 뜨거운 날씨도 피해갈 수 있지만 전지훈련지인 태국은 햇살이 따갑다고 그늘로 쉬러 갈 수 없는 ‘전장’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선수들에게 물었다. 올해 목표가 무엇이냐고. 당연히 1부리그 승격이라는 답변을 기대했던 기자는 주장단인 이한도 임민혁 김찬 선수 등으로부터 “몸 다치지 않는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 순간 실망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난 뒤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2년째 주장을 맡은 이한도 선수는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열거하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팀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며 그런 훈련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부상을 입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아닌 팀을 생각하는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의 마음이 하나로 뭉친다면 못할 것이 있을까. 2022시즌 꼴찌에 가까운 팀을 지난해 우승후보로까지 끌어올렸지만 질타만 받아야 했던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은 지금도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있다. 부산 팬들은 축구 국가대표팀이 포기하지 않고 극적인 8강 진출을 이뤘듯 부산 아이파크 역시 승격을 이룰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응원하면 훈훈한 마무리가 이뤄질 것 같다.
유정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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