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판사’라던 이수진의 진실
이수진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2020년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며 “법관으로 양심을 지키고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인사 불이익을 받는 ‘블랙리스트 판사’가 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을 폭로했다”며 이 판사를 서울 동작을에 공천했다. 그렇게 ‘블랙리스트 이수진 판사’는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됐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수사에 나선 검찰이 확보한 2013~2017년 법원의 인사 불이익 문건에는 이수진 판사의 이름이 없었다. 검찰이 작성한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도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판사 10여 명의 이름은 있었지만 여기에도 그는 없었다.
오히려 양승태 대법원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한 판사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수진 판사가 지방법원으로 전보된 것은 ‘낮은 근무평정 탓’이라고 했다. ‘이수진 재판연구관은 보고서 작성 건수가 평균에 못 미치고 업무 시간 및 노력도 다른 직원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근무평정서 내용도 공개됐다. 양승태 대법원 고위 간부 수첩에는 ‘이수진 생일’ ‘이수진 상담’ ‘이수진 수고비’ 같은 메모들이 나왔다.
물론 ‘이수진 판사’의 이름이 없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이 다른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그 자체로도 문제다. 그런데 최근 1심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양 전 대법원장의 47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선고하면서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해서는 “법원 사무기구 핵심 및 예규 직무 수행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어느 조직에나 있는 인사 자료로 본 것이다.
‘판사 블랙리스트’ 피해자를 자처하며 국회의원이 된 이 의원은 몇몇 언론에 ‘양승태 무죄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혔을 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이번 판결은 1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의원은 4년 전 ‘블랙리스트 피해자’를 앞세워 당선이 됐다. 이번 총선에 나서기 전에 “‘거짓말’로 국회의원 된 것 아니냐”는 유권자들의 의문부터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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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왔습니다.
이수진 의원은 “대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블랙리스트 관련 조사단’을 구성해 2018년 5월 2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별지에 첨부된 핵심 회원 명단에 이수진 의원이 국제인권법 연구회 간부로, 인사모 모임 최초 주도자로 기록되어 있었고, 이후 대법원에서 쫓겨나는 인사를 당했으므로 이를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했던 것”이라며 “‘이수진 수고비’ 역시 전혀 모르는 일이며, 양승태 대법원 고위 간부이던 이규진 상임위원 역시 ‘(수첩 내용에)그런 기재가 없다’고 답변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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