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위치 파악 위한 옛 선원의 필수품

국립해양박물관 학술연구팀 연구원 2024. 2.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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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구상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지금, 과거 선원들이 별에 의존하여 광활한 바다를 항해했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자신이 어떠한 속도로 얼마 동안 항해했는지를 계산하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추측항법에서도 시간은 필수적인 정보였으며, 밀물과 썰물 시간을 알아야 항구에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었고, 선원들의 당직 근무 일정을 정하는 데도 필요했다.

따라서 북극성과 계절에 상관없이 관측할 수 있는 다른 별의 위치를 비교하면 시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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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18> 녹터널
김현주 국립해양박물관 학술연구팀 연구원

- 佛서 1588년 제작한 제품 소장
- 북극성을 안내자 삼아 바다 항해
- 해시계 등 기능 추가해 사용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구상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지금, 과거 선원들이 별에 의존하여 광활한 바다를 항해했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끝없는 수평선에 둘러싸인 배 위에 있다고 상상해 보자. 스마트폰도, 지도도 없다.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눈앞에 어떠한 지형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도 하늘엔 언제나 다양한 천체들이 떠 있었다. 따라서 항해가 시작된 이래 선원들은 바다를 건너는 길을 찾기 위해 천문관측에 눈을 돌렸다. 선원들은 고대부터 특정한 천체들과 지구 자전방향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태양은 언제나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졌고, 북극성은 언제나 변치 않는 위치에 고정되어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하루 동안 수많은 별이 한 바퀴 회전하였다. 그러므로 천체들을 보고 자신의 위치와 현지 시각을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점점 천문학이 발달하면서 이들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전문적인 도구들이 만들어졌다.

그중 녹터널(Nocturnal·사진)은 선원들이 밤에 현지시각을 알아내기 위해 사용했던 도구였다. 시간파악은 항해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문제였다. 자신이 어떠한 속도로 얼마 동안 항해했는지를 계산하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추측항법에서도 시간은 필수적인 정보였으며, 밀물과 썰물 시간을 알아야 항구에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었고, 선원들의 당직 근무 일정을 정하는 데도 필요했다.

녹터널의 원리는 지구의 자전에 따른 별의 일주운동을 이용하는 것이다. 북반구에서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다른 별들이 하루 동안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북극성과 계절에 상관없이 관측할 수 있는 다른 별의 위치를 비교하면 시간을 알 수 있다.

녹터널은 복잡한 계산 없이 단순하게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중앙에 구멍이 있는 여러 장의 원판이 겹쳐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바깥쪽에는 한해의 날짜가 표기된 달력환(Date ring), 그 안에는 시간이 표기된 시각환(Hour ring), 그리고 기준별을 가리키는 포인터(Index arm) 순으로 포개어져 있어 순서대로 이들을 움직이면 시간을 구할 수 있었다.

먼저, 별의 위치가 계절에 따라 변하기에 시각환의 포인터를 달력환의 관측 일자에 맞춘다. 정렬이 끝나면 중앙의 구멍을 통해 북극성을 바라보면서 조준막대가 기준별을 가리키게 한다. 그러면 시각환 위 조준막대가 가리키는 곳을 통해 현지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녹터널은 기기마다 여러 기능이 추가되어있어 항해에 유용한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국립해양박물관 소장품의 경우 프랑스에서 1588년에 제작한 황동 녹터널로 포인터에 난 창으로 날짜에 따라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모습을 알 수 있었으며, 컴퍼스가 포함된 해시계가 결합되어 있어 낮의 시간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녹터널은 지구상의 항해자와 밤하늘의 움직임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 항해자들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기술의 발달로 정확한 시간 정보의 결괏값만을 취하고 사는 지금, 항해자들이 녹터널을 사용했던 모습을 상상하면 우리는 광활한 우주의 작동 속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별이 총총히 빛나는 겨울밤, 밤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며 하늘을 안내자 삼아 바다를 항해했던 항해자들과 그들 손에 들려있던 자그마한 녹터널을 떠올려 보시길 바란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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