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공연산업 성장의 그늘
‘1조2천696억원 대 1조2천614억원’.
금액만 놓고 보면 당최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조 단위 금액이어서 중견기업의 연간 매출액 따위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것도 정답과는 거리가 멀다. 눈치가 남다른 독자라면 이 칼럼의 문패가 문화예술의 영역을 다루고 있기에 문화 관련 데이터와 연결 지을 수는 있겠다.
두 금액의 차이가 82억원 정도인 이 의문의 데이터는 지난해 영화시장(1조2천614억원)과 공연시장(1조2천696억원)의 총매출 규모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영화관 박스오피스 수입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과 공연 티켓 매출 규모를 보여주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2024년 1월 현재 잠정)이 각각 집계한 수치다. 정부가 신속하고 정확한 문화산업 통계 확보를 위해 운영하는 두 시스템에 나타난 매출 규모는 영화시장과 공연시장의 한 해 성적표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데이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국내 문화산업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영상예술을 대표하는 영화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대목은 예사롭지 않다. 2023년 영화관 박스오피스 총매출액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6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영화산업의 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본격화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의 영화 관람 플랫폼 이동이 엔데믹 이후 더욱 강화되면서 영화관 외면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영화관 생존을 위한 정책으로만 접근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화 티켓 값 인상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둘째, 공연시장이 영화시장 매출을 처음 앞지른 ‘이변’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폐쇄됐던 공연 무대가 마침내 열리면서 억눌려 있던 대면 공연시장의 호황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문화예술의 다른 어떠한 영역보다 현장성이 중요시되면서 경험재로 꼽히는 공연의 특성이 고스란히 소비에 반영됐으며 특히 대면 공연에 대한 갈증은 공연시장이 ‘넘사벽’으로 여겼던 영화시장을 초월하게 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여기서 놓쳐선 안 될 지점이 있다. 공연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기록한 만큼 그것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공연시장 전체 매출에서 대중음악 콘서트와 뮤지컬 등 2개 장르가 공연시장 매출을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가 굳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중음악 콘서트가 전체 매출의 45%, 뮤지컬은 36%를 기록하는 등 대중성이 매우 강한 특정 장르 매출이 전체의 80%를 훌쩍 넘는 현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티켓 값이 치솟는 ‘티켓 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인기 아이돌과 스타급 아티스트 공연 티켓은 몇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써가고 있고 대극장 뮤지컬 티켓 가격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20만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일부 장르의 잔치와 달리 연극과 클래식음악, 국악, 무용 등 순수예술 장르는 5~7% 수준의 저조한 티켓 점유율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공연산업의 외형적 성장은 문화산업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분명 고무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여러 장르의 찬바람 부는 현실을 지켜보는 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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