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로컬 전성시대’의 인천
얼마 전 인천 ‘개항로 프로젝트’를 8년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로컬의 신(神)’이란 책을 펴낸 도시 기획가 A씨를 만나 차담을 나눴다. 몇몇 기자와 노포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그의 손길이 닿은 애관극장 옆 카페에 차 마시러 함께 갔다. A씨는 자칭 ‘크루(crew)’라고 부르는 골목 크리에이터 10여명과 8년 넘게 개항로에서 ‘수상한’ 일을 벌이고 있다. 그는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동업자 형태의 크루를 이렇게 소개했다. “주주나 조합원처럼 법률적 구속력이 없는 멤버이지만 열심히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면 스스로 끼어들지 못하는 ‘느슨하지만 살벌한’ 사업 파트너죠.”
크루의 사전적 정의는 ‘조정 경기에서 보트에 타 한 조를 이룬 사람들, 선원 또는 승무원’이다. 개항로 청년 크루들도 한배를 타고 사업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이 개항로에 진출한 초기에 무슨 ‘~단길’처럼 골목 상권을 살려내 부동산 차액만 노리고 떠나가는 ‘갭 투기꾼’의 아류 아닌가 ‘살짝’ 의심하며 몇 년간 지켜봤다. 이들은 아직 개항로를 뜨지 않고 꿋꿋하게 ‘골목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다.
구력 깊은 영화 간판장을 모델로 한 ‘개항로’ 인천 맥주를 출시해 선풍을 일으키고, 50년 넘게 목간판을 제작한 동네 장인의 글씨로 ‘개항로 서체’를 개발했다.
또 현장 전문가들을 강사로 세워 창업가를 대상으로 2박3일간 실무 교육을 펼치는 ‘마계대학’을 열고 있다. 지난해 밤새워 술을 마시는 세 차례의 열린 강좌가 인기를 끌자 올해엔 설 연휴 때부터 다시 개강한다. SNS를 통해 홍보했는데, 청년들에겐 다소 비싼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마감 임박이라는 소식이다. 크루들이 펀딩을 조성해 옛 건물을 매입하고 팀별 아이디어로 콘텐츠를 입힌 카페, 통닭집, 창업 공유공간이 개항로 싸리재 일대에 20여곳에 이른다. A씨는 “서울 따라 하기를 하면 로컬 비즈니스는 망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고유의 가치를 살려 빈 상가와 창고, 노후 건물에 콘텐츠를 입히고,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꾸는 성공 사례가 무수히 많아지고 있다.
방앗간을 현대 기호에 맞는 편집상점으로 바꿔 지역 장인들이 건강한 한국식 먹거리를 소개하는 서울 연남동 방앗간이 주목받는다. 연남동 로컬 크리에이터와 A씨는 자주 만나 지역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사이다. 연남동과 개항로의 변화는 비슷한 구석도 많겠지만 개성과 매력은 다르다.
제주 ‘해녀의 부엌’, 강원 양양 ‘서피비치’,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같은 곳에서도 A씨 같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개성 있는 콘텐츠로 도시 공간을 연결해 다양성과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인천에서 이런 일들이 꾸준히 이어지게 하려면 로컬 전성시대에 맞는 민관 협업이 더욱 긴밀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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