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철도 지하화, 시범사업 선정까지 공약해야
서울 등 경쟁 지역 이겨내야
유권자 ‘꿩 잡을 매’ 찾을 것
‘까마귀 꿩 잡을 계교’라 했다. 어리석은 잔꾀를 비웃어 이르는 말이다. ‘산엘 가야 꿩을 잡고 바다엘 가야 고기를 잡는다’고 했다. 무슨 일이든지 힘을 들여야 이뤄짐을 뜻한다. ‘쑥구렝이 꿩 잡아먹는다’고 했다. 못난 사람이 놀랄 만한 일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꿩이 귀하긴 귀했는가 보다. 꿩을 소재로 삼는 속담이 참 많다. 훌륭한 식재료로서의 권위(?)도 느껴진다. 역시 최고는 ‘꿩 잡는 게 매다’다. 제 구실을 다해야 명실상부하다는 것을 이른다.
가히 꿩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경부철도 수원 구간 지하화 공약이다. 철길을 땅속에 집어넣겠다는 얘기다. 약속한 구간은 수원역에서 성균관대역이다. 4.7㎞쯤 된다. 사업비는 2조1천억원에서 4조원으로 예상했다. 관련 특별법으로 조달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하 철도 특별법)이다. 생활권 단절, 균형 발전, 도시 재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동·서 수원 불균형은 오랜 현안이다. 그 원인은 주로 공군 비행장에 모아졌다. 서수원이 직접 피해 지역임은 맞다. 하지만 이 분석이 전부 옳은 건 아니다. 하늘길이 동네 따라 쪼개졌을 리도 없다. 동쪽에도, 남쪽에도 피해는 있다. 그보다는 동∙서를 선명히 가르는 선을 주목해 보자. 경부선 철도다. 1905년 개통 이래 수원을 쪼개고 있다. 경기도청, 수원시청까지 다 동쪽에 자리했다. ‘철길 넘어 산다’는 표현이 있었다. 빈부를 구별하던 수원 토박이 언어였다.
서수원 정치에선 불균형이 첫째 화두였다. 선거를 가리지 않고 공약으로 등장했다. 1호는 단연 비행장 이전이다. 이번 공약에도 첫머리로 등장할 거다. 여기에 철도 지하화가 추가로 등장했다. ‘남북 철길을 땅속에 집어넣겠다.’ 난생 처음 얘기는 아니다. 간혹 구호처럼 등장했었다. 비중 있게 토론되지는 못했다. 전혀 현실성 없다고 봐서다. 총연장 441.7㎞짜리 경부철도다. 수원 구간은 10㎞ 남짓이다. 수원만 해줄 리 없다며 지레 질렸다.
‘그 후보’가 가능성 근거를 말했다. ‘철도 특별법이 생겨서 가능해졌습니다.’ 철도를 지하에 넣고, 지상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조(兆) 단위 예산을 마련할 방법이다. 그래서 자세히 봤다. 수원이 주목할 부분이 있다. ‘선도 사업 선정’. 시범 구간을 먼저 한다는 얘기다. 국토부 과장이 설명했다. “선도 사업이 되는 구간은 1~2년 단축 효과가 있다.” 대상지 선정 시한을 연말로 특정했다. 이러면 얘기가 다르다. 시범 지역에 선정되면 가능하단 말이 된다.
늘 발 빠른 곳들은 있다. 벌써 용산·영등포·구로·서대문·도봉구가 움찔댄다. 부산, 대구, 대전도 가세할 태세다. 수원도 서둘러야 할 거 같다. 이런 때 수원의 한 후보가 치고 나간 것이다. 이틀 만에 그 당 대표자도 내려와 거들고 갔다. 당 차원의 약속인가. 미흡하다. 중요한 게 빠졌다. ‘수원지역 철도를 지하화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수원지역을 철도 지하화 선도 사업지로 선정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그것이 공약의 완성이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했다. 선거만 되면 사방에서 꿩을 날린다. 후보마다 자기가 꿩 잡을 매라고 한다. 수원 철도 지하화는 매력 넘치는 꿩이다. 유권자들 귀에 솔깃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다들 묻는다. ‘이 꿩 실제로 잡을 수 있는가. 당신이 잡을 것인가.’ 표 얻을 답은 정해져 있다. ‘수원을 선도 사업지로 따오겠습니다.’ ‘그 후보’가 답해도 좋고, ‘상대 후보’가 답해도 좋다. 시민들이야 뭘 따지겠나. 좋은 공약에는 원래 독점권이란 게 없다.
분단 119년 동·서 수원, 철길 없애 합칠 때 인건 분명하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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