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오·혐오·갈등의 정치가 테러까지 부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피습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정치인 대상 ‘테러 예고’ 글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4·10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대립이 격화하면서 유튜브 방송과 SNS 등에서 “(정치인을) 총으로 쏘겠다”, “당사에 수류탄을 던지겠다” 등의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경찰은 정치인 테러 글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장난성 글도 엄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 23일 만에 벌어진 배 의원 피습은 15세 중학생의 짓이었다. 돌로 머리를 10차례 이상 가격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이 학생은 범행 직후 현장에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치를 이상하게 하잖아요”라고 답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보고 모방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1월에만 정치인 대상 살인 예고·협박 글이 최소 6건 발생했다. 이 중 4건의 피의자는 검거됐고 2건은 추적 중이다. 예고 대상은 이재명 대표가 4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1건, 민주당사 1건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평택에서 국회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건물에 들어가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50대 남성은 예비후보 사진과 함께 ‘윤석열 심판’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강제로 뜯은 후 불을 붙이고 도주했다.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조사에서 “민주당이 싫어서 (벽보를) 불태웠다”고 했다. 이날 화재는 6층짜리 건물 1층에 예비후보 선거사무실뿐 아니라 대중 사우나 등 다중이용시설도 함께 있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정치인을 상대로 한 혐오 테러가 기승을 부리자 후보들은 신변에 위협을 느끼며 불안해하고 있다. 경찰청은 정치인 대상 테러 예방을 위해 각 정당과 신변보호 강화 TF를 구성하고, 순찰 및 유세 현장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의 경우 기동대 인원 10명씩을 편성한 2개의 전담부대와 각 경찰서별 신변보호팀 30명을 구성했다. 하지만 모든 행사와 전체 정당의 후보자를 상대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의 집권을 막기 위해 테러도 불사하겠다는 극단적인 행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각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품격은 찾아볼 수 없다. 증오·혐오·갈등·대립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거대 양당이 상대 정당을 ‘적’으로 인식해 서로를 공격하고 저주함으로써 극단적 지지층을 선동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행태들이 테러까지 부르게 됨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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