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단속할수록 갈증 더 강렬해져… 北 젊은 세대가 김정은 이길 것”
미국 민주주의 기금(NED) 데이먼 윌슨(51) 회장은 31일 “북한 김정은에게 가장 위협적인 건 북한 주민들이 남한 주민들의 일상을 알게 되는 것”이라며 “북 당국이 한국 드라마와 음악이 얼마나 두려우면 한류 콘텐츠를 봤다는 이유로 10대 청소년들에게 12년형(노동교화형)을 선고했겠느냐”고 했다.
윌슨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동아시아연구원(EAI)에서 한 본지 인터뷰에서 “결국엔 북한의 젊은 세대가 김정은을 이길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윌슨 회장은 나토 사무총장실 부국장,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시기인 2001~2004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북유럽 담당 국장, 2007~2009년 백악관 유럽 담당 선임국장 및 대통령 특보를 지낸 베테랑 외교관이다. 2011~2021년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부회장을 지낸 뒤 2021년 7월부터 NED 회장을 맡고 있다.
NED는 1983년 미 의회가 설립한 비영리 독립 단체로, 1990년대부터 북한 인권 단체 활동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 윌슨 회장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회복력 재강화를 위해 서울에서 열리는 ‘서니랜드 이니셔티브(Sunnylands Initiative)’ 연례 회의 참석차 지난 30일 한국을 찾았다. 이 회의는 3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렸다.
ㅡ북한 당국이 남한 영상물과 음악 등 한류 콘텐츠 유통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당국의 통제가 강화할수록 외부 유입 정보를 향한 갈증도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막 자기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알기 시작한 어린 학생들이 12년형을 선고받는 걸 지켜본 또래 학생 수천명 중 85%는 남한 문화를 이미 접했을 것이며 자기네 지도자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ㅡ남한 문화 등 외부 정보 유입이 북한 사회에 어느 정도 변화를 끼쳤다고 생각하나.
“엄청난 변화를 끼쳤다. 최근 중국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폭동을 일으켜 관리 책임자가 사망하고, 북한에서 자유민주주의 정당 창당을 시도하다 적발된 교사가 처벌받았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런 게 변화의 증거다. 북한같이 모든 게 통제된 사회에서 이런 시도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자유민주주의 정당 창당을 시도한) 그 교사의 이름을 알고 싶고, 우리가 기억하고 싶다.”
ㅡ그래도 변화 속도가 너무 느린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20년 전 탈북민들과 요즘 젊은 탈북민들을 비교해 보라. 20년 전 그들은 완전히 김씨 일가의 선전·선동에 세뇌된 사람들이었다. 지금 젊은 탈북민들은 (당국을 속이려는) ’이중적 생각’을 하고 ‘이중적 언어’로 말한다. 옛 소련이 무너지기 전에 소련 주민들도 그랬다. 그게 시작이었다. 북한 당국이 더는 주민들을 세뇌시키기 어려울 때, 그때 김정은 정권의 위기가 시작된다.”
ㅡ그간 비용 투입 대비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NED는 120여 국에서 민주주의 확산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고, 우리와 함께하는 전 세계 파트너 단체가 2000여 곳이다. 한국 내 북한 인권 단체 약 20곳에 지금까지 450만달러(약 61억원) 정도를 지원했다.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 위엄을 누리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 스스로 자유를 찾는 그날까지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다.”
ㅡ많은 북한 인권 단체가 NED 자금이 없었더라면 활동을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북한 젊은이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자금이다.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다. 북한 젊은이들이 자유를 누리게 되는 그날이 언제, 어떻게 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드시 온다.”
ㅡ과거 NED는 우크라이나에서 독립 언론 활동을 지원했다. 북한에는 아직 자유 언론이 없는데.
“소련 붕괴 전인 1989년부터 우크라이나의 독립적인 시민 단체와 미디어를 지원했고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지금도 전쟁 중이다. 북한에도 언젠가 자유 언론이 생겨나길 바란다. 북한의 똑똑한 젊은 세대들이 나서고 그들 스스로 지도자가 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멋지다. 탈북민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한국인들이 북한 주민 인권과 북한의 민주주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NED(미국 민주주의기금)
1983년 미 의회가 전 세계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 독립 단체다. 매년 미 의회에서 4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법치와 인권, 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시민사회 단체 프로젝트 2000여 건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선 북한 인권 단체들의 대북 방송 송출 등을 비롯한 북한 내 외부 정보 유입 관련 활동을 오랜 기간 지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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