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4년간 中企대표 178건 처벌… 중대재해법 중복규제 논란

주애진 기자 2024. 2. 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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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된 가운데 영세기업의 경우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으로 기업체 대표들이 처벌을 받아왔음에도 새로 중대재해법이 도입된 걸 두고 중소기업 사이에선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50인 미만 기업들은 지금 산안법도 제대로 못 지키는 만큼 산안법부터 사고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재정비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 취지대로 경영책임자 처벌 등의 내용이 필요할 경우 산안법에 담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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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논란]
50인미만 사업장 대표가 안전책임… 산안법서 사망사고 72% 처벌 받아
중대재해법선 기업대표 ‘책임 의무’… 영세업체 등 “처벌만 더 무거워져”
전문가들 “산업안전 법체계 손봐야”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35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중소기업인들이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된 가운데 영세기업의 경우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으로 기업체 대표들이 처벌을 받아왔음에도 새로 중대재해법이 도입된 걸 두고 중소기업 사이에선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2년 동안 유예했다. 하지만 여야가 추가 유예에 합의하지 못해 지난달 27일부터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등 83만7000곳이 중대재해법을 적용받게 됐다.

● 중소 사업장 사고 71.5%는 대표 처벌

한국노동법학회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 ‘중대재해 발생 시 산안법에 따른 규율 특성 등 연구’에서 상시근로자 50인 또는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서 2018∼2021년 발생한 사망사고 관련 법원 판결을 분석했다. 해당 기간에 발생한 사고 중 지난해 3월까지 1심 이상의 판결이 나온 사고 249건 가운데 178건(71.5%)은 사업체 대표에게 징역에 대한 집행유예, 벌금 등 형사처벌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에서 직원 10명 규모의 폐기물업체를 운영하던 박모 씨는 2021년 5월 1심 재판에서 산안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직원이 고장 난 파쇄기를 점검하다 몸이 끼어 사망했는데, 법원은 박 씨가 산안법상의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같은 해 8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2018년 대구에서 29억 원 규모의 원룸 신축 공사를 맡았던 개인사업자 A 씨도 현장 근로자 사망사고로 이듬해 3월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기업체 대표가 처벌받은 판결 178건 중 집행유예를 포함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108건으로 60.7%에 달했다. 산안법상의 안전조치 등을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에서 사망사고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보다는 처벌 수준이 다소 낮다.

● 전문가들 “산업안전 법 체계 개선해야”

중대재해법은 사망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장관리자뿐 아니라 기업 대표 등 경영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산안법을 적용할 경우 주로 현장 책임자와 법인이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규모가 작을수록 대표가 직접 현장 안전 업무까지 겸임하는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산안법으로도 실질적으로 중대재해법에 준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새로 중대재해법을 적용받게 된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사이에선 “중복 규제인데 처벌만 더 무거워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를 두고 건설업의 경우 본사와 분리된 소규모 사업장이 많아 산안법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는 등 사각지대가 있고, 산안법보다 중대재해법 처벌 수위가 높은 만큼 중복 규제가 아니란 반론도 있다. 조흠학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훨씬 많이 발생하는 만큼 이번 법 확대 시행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 상당수는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을 포함해 전반적인 산업안전 법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50인 미만 기업들은 지금 산안법도 제대로 못 지키는 만큼 산안법부터 사고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재정비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 취지대로 경영책임자 처벌 등의 내용이 필요할 경우 산안법에 담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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