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회의서 한국을 ‘사우스코리아’ 대신 ‘ROK’ 칭한 北, 속내는?
북한이 국제 다자회의 무대에서 한국을 언급하며 ‘ROK’(Republic of Korea)라는 호칭을 썼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 노선을 근본적으로 수정한 이후 나타난 변화로 보인다.
31일(현지시각) 유엔 군축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전날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군축회의 일반 토의에서 방광혁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대리가 한국을 “알오케이”라고 불렀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을 두고 ‘South Korea’ 또는 줄임말인 ‘SK’ 등의 표현을 사용해왔다. 북한 스스로를 칭할 때는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말했다.
방 대사대리는 “새해 벽두부터 ‘US’(미국)와 ‘ROK’는 일련의 연합 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했다”며 “US와 그 속국들이 자행하는 대북 대결 책동은 전례 없을 정도로 극에 달했으며 ‘전쟁’이라는 단어가 이미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 실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부터 담화나 공식석상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은 당시 대남 비난 담화에서 “미 공군의 대북 정찰 활동은 북미 간의 문제”라며 “대한민국 군부는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 김여정은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족속’이라는 표현도 썼다.
이같은 호칭을 쓰는 것은 그동안 같은 ‘남조선’이라는 용어에서 보이듯 한민족이라는 특수 관계로 간주해 왔던 남북 관계를 일반적인 적대국 관계로 대체하겠다는 북한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군축회의 현장에서 북한은 북한의 대남 규정이 크게 수정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주용철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북한과 ‘ROK’의 관계는 더는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바람이 잦으면 비가 오게 돼 있다는 말이 있듯이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불씨도 엄청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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