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계속 근로'를 위한 해법들 [아침을 열며]
대표적인 노후소득보장 수단인 공적연금, 특히 국민연금은 63세가 되어야 받을 수 있다. 2028년 64세, 2033년부터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대다수 근로자가 노후소득 공백기에 노출되면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각처럼 정년연장이 간단하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의 어려움이 있다. 최대 걸림돌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외에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가 우리라서 그렇다. 내부 노동시장으로 진입한 집단과 외부 노동시장에 머무는 집단의 소득, 사회보장, 각종 복지혜택에서 큰 차이가 있어서다. 취업 빙하기에 놓인 청년층과 고령층의 좋은 일자리 경쟁도 고려해야 하는 대목이다.
2016년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한 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전체 사업장의 22%만이 60세 이상의 정년제도를 운영하며 300인 미만 기업의 정년제 운영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의 4분의 1 수준이다. 중장년층 평균 근속연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0년)의 절반인 8.1년에 불과하다.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 후에 기존 직업으로 재취업이 어려워 주된 경력과 무관한 직종(이종취직, 단순노무)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중장년이 임금이 낮은 곳으로 재취업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진전된 일본의 정년은 아직도 60세다. 대신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 의무', 70세까지 '취업확보조치 노력의무'를 통해 고령인구의 80%가 65세까지 '계속 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다. 정년이 60세이고 연금 수급연령은 65세인데도 '계속 고용'을 통해 노후소득의 공백기가 없는 구조다.
작년 여름부터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의 '초고령 사회 계속고용연구회'에서 일본과 싱가포르 등의 고령자 고용정책을 참고하면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때마침 '경사노위'를 가동하기 위한 경총·한국노총 등의 대표자급 회의가 개최되었다. 고령 근로자 계속 고용과 정년연장 이슈가 '경사노위' 논의 주제로 선정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55세에서 60세로 정년을 연장할 때 특정 집단에만 혜택이 집중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혜택을 볼 수 있는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
2018년 11월 청와대 방문 당시 앙헬 구리아(Angel Gurria) OECD 사무총장은 OECD가 발간한 책 몇 권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중 하나가 'Working Better with Age: Korea'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의 노인들이 가장 오래 일하고 있다. 한국의 이런 현상은 다른 회원국들이 배워야 할 보물 같은 현상이다. (…) 문제는 오래 일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에서 일하지 못하다 보니, 몸이 고단하면서도 임금 수준이 낮아 노인 빈곤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복지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노인이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리 사회 통념과 달리 고령 근로 자체는 긍정적이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통해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높은 노인 빈곤율과 사회보장 지출이 낮다는 이야기만 할 뿐 정작 출생률이 급락하면서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시대 흐름에 역행하려는 움직임마저 있다. 인생 100세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50년 뒤에도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이 27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더 올리자는 주장들이 많아서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후진적 노동시장 환경에 있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63세임에도 (사용주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의무납입연령은 59세에 묶여있다. 계속 고용을 통해 64세까지 의무납입연령이 연장된다면 가입기간이 5년 늘어날 수 있다. 일본처럼 정년은 60세 그대로 두면서 65세까지는 고용확보조치 의무, 70세까지는 취업확보조치 노력의무가 정착된다면 국민연금 의무납입연령을 10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오래 일해 그만큼 가입 기간을 늘려 연금을 더 받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공적연금 강화인 동시에 세대가 상생하는 길이다. '경사노위'에서의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중고령 근로자의 계속 고용이 보편화될 수 있는 해법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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