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이재명의 대통령 같은 신년회견

김순덕 칼럼니스트 2024. 1. 3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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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한사코 피하는 기자회견
야당 대표는 당당히 임하는 태도 눈길
‘개딸’ 팬클럽 믿고 극단적 발언 누가 했나
법카로 고기 먹고 혈세로 대학무상교육?
이재명 민주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어제 신년 기자회견을 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다”며 모두 발언을 시작할 때는 여유가 넘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한 이후 작년에도, 올해도 신년회견을 마다하는 상황이다. 기자들을 한사코 피하는 윤 대통령과 대비되면서 오히려 이재명이 대통령 같은 모습이었다.

질문도 보드랍고 공순했다. 작년 신년회견 때 11개 질문 중 6개나 됐던 ‘사법 리스크’ 관련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선거제에 대한 질문에 이재명이 “의견 수렴 중”이라며 넘어가도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했다 병립형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느냐”며 다시 캐묻는 일 따위도 없었다. 이렇게 쉬운 신년회견을 윤 대통령은 왜 한사코 기피하는지 안타깝다.

대통령 기자회견 같은 모습은 그러나 거기까지다. 이재명은 작년에 했던 정부 비판을 거의 반복했다. 작년 회견에선 “어려운 경제 상황에 안보 참사까지 더해지면서 ‘코리아 리스크’가 전면화되고 있다”며 폭력적 국정과 정적 죽이기 중단을 요구했는데 올해는 저출생과 민주주의를 추가해 대한민국이 4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간 정적 죽이기에만 올인해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진단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다 박수를 치긴 어렵다. 그러나 이재명 죽이기에만 골몰해 저출생 위기까지 왔다는 소리는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자기중심적 분석이다.

심지어 극단적 정치를 끝낼 수 있는 복안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은 “저에 대한 소위 암살 시도, 정치 테러가 개인에 의해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권력을 상대를 죽이는 데 사용하게 되니까 국민들도 그에 맞춰서 좀 더 격렬하게 분열하고 갈등하고 적대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일 이재명이 부산 가덕도에서 당한 불의의 습격이 윤 대통령 책임이라는 억측까지 불러일으키는 발언이다.

물론 그의 말대로 “현실을 바꾸는 첫 출발점은 통합의 책임을 가진 권력자가 통합의 책임을 다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개딸(개혁의 딸들)이라는 살벌한 이재명 팬클럽의 그악스러운 행태가 민주당과 나라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지역구에 “총알 한 발이 있다면 처단할 것”이라는 협박 현수막까지 내걸었는데도 이재명은 방관했다.

이재명 자신의 얄팍하고 편협한 인식과 ‘사이다 발언’이 나라와 국민과 심지어 동맹까지 찢어놓을 지경임을 본인만 모르는 척한다. “대구·경북이 대리인들을 지배자로 여기면서 지배당한 측면이 있다” “하다 하다 안 되면 마지막으로 가는 게 택시(운전)” “한미일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힐 것”, 심지어 최근엔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 등등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한 사람이 이재명이었다.

어제 저출생 대책이라며 발표한 ‘출생기본소득’도 괜한 사회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 지난해 경제 해법이라던 기본주거, 기본금융의 연장인데 한국국회학회 주최 2022년 학술회의에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선거 전략과 실패요인’으로 대장동 비리 의혹 등 신뢰성 추락에 이어 두 번째로 꼽힌 패배 이유가 국민 정서에 안 맞는 기본소득제 공약이었다. 이번엔 대학 교육비까지 지원하겠다며 사립대 등록금을 국공립대 수준으로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대학교육 무상화를 추진하겠다니 차라리 민주당 당명이나 위성정당을 ‘기본민주당’으로 하라고 권하고 싶다. 경기도지사 법인카드로 소고기와 점심 샌드위치까지 알뜰하게 챙겨 먹었다는 공공귀족 일가가 국민 혈세는 마구 걷어 누구 맘대로 퍼주겠다는 건가.

당 대표 1년 반 동안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이재명은 “제 자신이 평가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모처럼 맞는 말을 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말고 또 뭘 했는지 암만 머리를 쥐어짜도 모르겠다.

이재명은 대통령을 겨냥해 ‘권력 사유화’를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를 비롯한 요직에 자기 사람을 꽂아 넣고, 공천 심사 5개 항목에서도 ‘음주운전’은 쏙 빼놓아 자기만 살겠다는 식으로 ‘당 권력 사유화’를 하는 당 대표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러고도 총선 결과가 말해줄 것이라며 151석 과반석을 기대하는 강심장이 놀랍다. 야당 대표 신년회견에 꽉 막힌 심장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이 진정 대통령다운 신년회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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