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총선면접 시작부터…친명 "당 공격" vs 비명 "쓴소리" 신경전(종합2보)

정봉주-박용진, 김우영-강병원 등 '친명-비명' 대립 구도 형성
비명 홍영표 "부평은 핫한 곳", 친명 이동주 "국민은 변화 요구"
후보들 '시간 짧다' 토로…계양을 면접 본 이재명 "최선 다해 답변"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설승은 한주홍 기자 =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31일 총선 지역구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면접 심사에 착수한 첫날부터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인사들 사이에 날선 신경전이 오갔다.

이날 면접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가 되자 여의도 중앙당사에는 긴장한 표정의 예비후보들이 속속 도착했다.

면접은 같은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자들이 동시에 심사받는 다대다(多對多) 방식으로 이뤄졌다.

각자 30초가량 자기소개를 하면 '어떻게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것인가', '대표적인 정책 공약은 무엇인가' 등 공통 질문에 답을 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서울 강북을 면접을 본 친명계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과 이 지역 현역인 비명계 박용진 의원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면접위원 한 명이 '왜 그 지역구인가'라고 묻자 정 원장은 박 의원을 거론했고, 정 원장은 면접을 마치고 나와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했다고 박 의원이 취재진에 전했다. 정 원장이 지도부에 쓴소리를 해 온 자신을 비판했다는 말로 해석된다.

정 원장은 면접장에서 박 의원을 향해 '보수언론에서 칭찬받는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기자들에게 "(면접에서) 나에 대한 공격은 있었다"며 "정 원장이 이전에 나에게 '민주당을 공격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는데, 나는 당을 사랑하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좋은 친구는 그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내가 민주당을 공격했다거나, 내 쓴소리나 조언이 민주당에 도움이 됐는지 마이너스가 됐는지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인천 부평을 현역인 홍영표 의원과 이곳에 공천을 신청한 비례대표 이동주 의원 사이에도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특별한 이야기는 안 했다"면서도 "'핫한' 지역구잖나"라며 뼈 있는 말을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은 민주당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현역 교체 필요성을 시사하는 언급을 내놓았다.

비명계 강병원 의원과 친명계 원외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김우영 상임대표도 나란히 은평을 면접에 임했다.

강 의원은 친명 대 비명 구도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친명과 비명에 대한 불편한 질문이나 분위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김 상임대표는 같은 질문에 "거기에 대한 약간의 질문이 있었고, 다들 깔끔한 승복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비명계 신동근 의원과 이 대표 측근인 모경종 전 당 대표실 차장도 함께 인천 서구을 지역구 면접을 봤다.

신 의원은 "자기소개 후 상대 후보를 칭찬하라고 했다"고 면접장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잘될 것 같나'라는 물음에 웃으면서 "이거 다 형식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모 전 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득권이나 선배 세대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오며 느낀 것을 반영하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정치 1번지' 종로를 놓고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이종걸 전 의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면접을 봤다.

예비후보들은 면접 시간이 너무 짧다고 입을 모았다.

두 명의 예비후보를 대상으로는 7분가량, 세 명의 예비후보를 대상으로는 10분 정도 만에 면접이 끝나 자기 경쟁력을 제대로 알리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현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공천을 신청한 이재명 대표도 이날 면접을 본 뒤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짧긴 한데 면접 대상자가 워낙 많으니까 불가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저출생 원인이나 소수자 보호 정책 등 많고 다양한 질문에 최선을 다해 답변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 대표는 전략공천을 하는 게 관례인데 경선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 대표는 "당에 시스템과 당헌·당규가 있으니 그에 따라 공평하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면접은 다음 달 5일까지 엿새간 진행된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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