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조동’ 맺으려 ‘2주에 3800만 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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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이 보편화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출산 여성 10명 중 8명이 이곳에서 몸조리를 한다.
한국의 독특한 산후조리원 문화는 해외의 주목을 받곤 하는데 일본의 산부인과 전문의는 "출산을 마친 여성을 '공주님' 대접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출산한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가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조리원(joriwon) 체험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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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타 찰턴 에디터가 이용한 조리원은 2주간 기본료만 800만 원을 받는 고급 시설이다. 서울 산후조리원의 평균 이용료는 422만 원이다. 그는 아기들이 신생아실에 한데 모여 24시간 돌봄을 받는 동안 엄마는 객실에서 룸서비스로 식사하고, 마사지 받고, 천장 높은 방에서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며 몸조리에만 집중한다고 소개했다. 출산 후 바로 퇴원해 집에서 남편과 방문 간호사 도움으로 아이와 제 몸을 돌보는 미국 여성이 보기엔 조리원 생활이 신기했나 보다.
▷산후조리원은 1996년 인천에 처음 생긴 후 친정 도움 없이 편하게 몸조리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469곳으로 늘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2주간 일반실 평균 이용료가 326만 원이고 최저는 130만 원(충북 청주 산후조리원), 최고는 서울 강남 조리원의 특실료 3800만 원이다. 산부인과 소아과 피부과 통증의학과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협진하고 10년 이상 경력의 세러피스트가 스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홍보하는 곳이다.
▷조리원이 고급화하면서 이용료가 4년 새 24%나 올랐지만 서비스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엔 2주간 이용료가 2000만 원이 넘는 서울의 최고급 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되는 일이 있었다. 그래도 고급 조리원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인맥 관리를 위해서다. 같은 시기에 입소한 엄마들끼리 조리원 동기 모임을 만드는데 육아 전쟁을 함께 치른 ‘조동’간 유대감은 군대 동기 못지않고, 조동으로 맺은 아이들 인연이 평생을 간다고 한다.
▷찰턴 에디터는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이나 산후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값비싼 조리원 이용료는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총비용에 비하면 껌값에 불과하다”고 했다. 양육비 부담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뜻이다. 고급 산후조리원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일각에선 “자동차 한 대 값”이라며 혀를 찬다. 그래도 산모들이 ‘조리원 호사’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남성 육아휴직도, 돌봄 인력 지원도 어려운 한국에선 공주 대접받는 조리원 생활이 끝나는 순간 독박육아의 시간이 온다. 산후조리원을 나서면서 하나같이 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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