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위기의 면세점

김기동 2024. 1. 31. 23: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면세점을 둘러보는 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관광지나 공항, 항구 등에서 운영되는 면세점의 시초는 1947년 아일랜드 섀넌공항이다.

공항 식음료 관리 책임자였던 브렌던 오리건은 당시 북미에서 유럽을 오는 항공기들의 급유지였던 이 공항에서 50만명의 환승객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보고 정부를 설득해 면세점을 만들었다.

면세점은 관광산업 진흥과 고용창출 등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면세점을 둘러보는 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관광지나 공항, 항구 등에서 운영되는 면세점의 시초는 1947년 아일랜드 섀넌공항이다. 공항 식음료 관리 책임자였던 브렌던 오리건은 당시 북미에서 유럽을 오는 항공기들의 급유지였던 이 공항에서 50만명의 환승객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보고 정부를 설득해 면세점을 만들었다.

면세점은 관광산업 진흥과 고용창출 등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 면세사업은 196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1980∼90년대 국내 면세점의 주 고객은 일본인이었다. 1995년에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던 ‘이천 쌀’이 김포공항 면세점에서 일본 현지 가격의 절반에 팔리기도 했다. 2000년대 면세강국으로 발돋움한 주된 동력은 중국인 관광객이다. K뷰티(화장품) 인기에 힘입어 한국은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켜왔다. 2010년대 들어 중국 단체관광객(일명 유커)이 대거 몰려오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면세점 면허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공개입찰로 전환하자 대기업들의 총성 없는 전쟁까지 벌어졌다.

그랬던 면세점이 매출 감소와 영업 손실로 생존의 기로에 처해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3조75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반 토막이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끝났지만 코로나 첫해보다 저조했다. 롯데·신라 면세점은 2020년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에 글로벌 면세시장 1위 자리를 내줬고, 2022년에는 스위스 듀프리에 2위 자리도 뺏겼다.

큰손으로 불리던 ‘다이궁(帶工·보따리상)’ 등 중국 관광객 부재가 뼈아프다. 과거처럼 ‘싹쓸이’ 쇼핑이 아닌 맛집, 핫플레이스를 찾는 중국인의 여행 패턴도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내국인에 대한 메리트도 적다. 2022년 내국인 면세점 구매한도 5000달러(약 600만원)가 폐지됐지만 면세한도는 800달러로 찔끔 올렸다. 800달러 초과 금액에 대해 세금을 내면 시내 백화점 가격과 도긴개긴이다. 2022년 대기업 대상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입찰에 지원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면세점의 위기다.

김기동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