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꼼수의 나날
선거제 결정 당원에 떠넘기기 등
정치권, 명분 팽개친 행태 줄이어
유권자가 총선서 회초리 들어야
지난해 8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1만1000여명이 무더기 실격 처리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전체 참가자 3만여명의 3분의 1이 넘는 숫자다. 이들이 실격 처리된 건 ‘꼼수 완주’한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부정 행위자들은 모두 아마추어 참가자로 42.195㎞ 코스 중 5㎞마다 설치된 확인 장소(체크포인트)를 통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간중간 자동차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움직였다. 기록 단축 목적보다 완주 메달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비례대표 순환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같은 당 이은주 의원(비례대표)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사퇴해 총선에서 ‘기호 3번’을 지키기 위한 ‘꼼수 사퇴’라는 비판을 받은 지 불과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이러니 ‘정의당’이 아니라 ‘정의없당’이란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정의당의 ‘의석 지키기’ 꼼수 사퇴 안건 통과에 들러리를 선 국회도 한심하다.
꼼수라면 더불어민주당도 뒤지지 않는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의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전 당원 투표’ 실시 제안이 그런 사례다. 이재명 대표가 총선을 70일 앞두고도 권역별 비례제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사이에서 좌고우면하자 병립형 회귀를 위해 정 최고위원이 총대를 멨다.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이란 지난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는 싶은데 책임은 지기 싫으니 직접 민주주의로 위장해 당원을 방패막이로 세우겠다는 저의”(제3지대 신당 ‘새로운미래’)다. 전 당원 투표는 민주당이 난처한 입장에 처하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카드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참여 문제로 논란이 빚어졌을 때와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귀책사유가 당에 있으면 무공천한다’는 당헌을 뒤집었을 때도 당 지도부가 요긴하게 써먹었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재표결하지 않는 것에도 ‘꼼수’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즉각 재표결에 부치는 게 관행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구실로 재표결을 차일피일 미룬다. 총선용으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총선일이 가까워지면 어떤 꼼수가 또 튀어나올지 모른다. 선거에 유리하면,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면 원칙이나 명분도 내팽개치는 게 정치권 생리다. 여야가 따로 없다. 어쩌겠나. 유권자가 회초리를 들 수밖에.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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