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다 같은 ‘AI 반도체’가 아니다
챗GPT 등장 이후 다시 AI 열풍
역사·인과관계 제대로 파악해야
‘제2의 AI혁명’ 주인 될 수 있어
2022년 말 오픈AI사의 챗GPT가 발표되자 다시금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수많은 분야 역시 큰 관심을 받게 되었고, 그 중심엔 반도체가 있다. ‘AI 반도체’라는 단어도 익숙한 단어가 되어, 컴퓨터와 반도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칩이 인공지능 개발에 사용된다더라 정도는 알게 되었다. 이렇게 기술 뉴스가 범람하는 현 상황에, 우리는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AI 반도체라는 것을 정말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IBM의 왓슨은 중앙처리장치(CPU)라는 반도체를 주로 사용했다. 왓슨에게는 CPU가 AI 반도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IBM이 만든 것과는 전혀 다른, 더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과학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CPU는 이들이 만들고자 하는 인공지능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GPU라고 부르는 칩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 노력은 2012년 사물인식 대회에서 인공지능이 기존 프로그램들을 큰 점수 차이로 따돌리며 우승함으로써 결실을 맺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CPU는 AI 반도체로서는 ‘과거의 AI 반도체’가 되었고, GPU가 ‘새로운 AI 반도체’가 된 것이다. 그리고 GPU를 사용하여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흐름은 계속돼 오픈AI의 챗GPT까지 이어져 오게 된다. 덕분에 우리는 모두 ‘GPU=AI 반도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AI 반도체라는 단어는 사실 ‘현시점 가장 잘 작동하는 AI용 반도체’를 의미한다. 이를 이해해야 다음 인공지능 혁명을 거머쥘 수 있다. 혹자가 2012년에 인공지능 반도체에 투자할 결심을 했다고 하자. 그가 기술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쩌면 IBM 왓슨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AI가 유행하니 지난 30년간 AI를 연구해온 IBM이 다시금 빛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IBM이 원하는 반도체인 CPU에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지 않겠는가. 결과는 너무나 자명하다.
이 가상의 예시는 우리의 미래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만약 학계의 누군가가 지금의 AI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식의, 더욱 강력한 인공지능을 만들었다고 하자. 새로운 인공지능은 GPU가 아닌 새로운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다. AI 반도체라는 단어와 GPU를 동치로 생각한다면 지금은 큰 문제가 없지만, 결정적인 한순간에 판단을 크게 틀리게 하는 것이다. AI 반도체와 같은 용어는 지엽말단일 뿐이다. 그 안에 담긴 긴 역사와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제2의 AI혁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정인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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