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vs 코끼리 누가 이길까[서광원의 자연과 삶]〈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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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해봐야 아는 게 있고, 내 눈으로 봐야 실감 나는 게 있다.
내게는 코끼리가 그랬다.
아득한 옛날, 자신들을 노리는 포식자에게 대응하기 위해 덩치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 이제는 천하의 사자도 감히 어쩌지 못하는 엄청난 존재가 된 것이다.
사자들은 보통 5∼10마리 정도로 무리를 이루는데, 코끼리 사냥꾼들은 20∼30마리에서 많게는 40마리까지 '조직'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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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이런 무게감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원래는 염소만 했으니 시작은 미미했다. 아득한 옛날, 자신들을 노리는 포식자에게 대응하기 위해 덩치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 이제는 천하의 사자도 감히 어쩌지 못하는 엄청난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사자들의 눈길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함부로 범접하지 못할 뿐 불가능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자들 역시 이들을 상대하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150∼200kg에 ‘불과한’ 자신들보다 20배 이상의 무게를 가진 데다 무리까지 짓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사자들 역시 규모를 키운다. 사자들은 보통 5∼10마리 정도로 무리를 이루는데, 코끼리 사냥꾼들은 20∼30마리에서 많게는 40마리까지 ‘조직’을 확장한다. 그런 다음 상대에겐 불리하지만 자신들에겐 유리한 시간, 그러니까 어둠이 깔린 밤을 이용한다. 코끼리들은 밤눈이 어둡지만 자신들은 좋은 까닭이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데, 어떻게든 코끼리 무리를 흔드는 데 총력을 다한다. 밤이 되거나 위험하다 싶으면 이 거대한 덩치들이 새끼들을 가운데에 두고 빙 둘러싸기 때문이다. 난공불락이 따로 없는 이 거대한 장벽은 그야말로 언터처블(untouchable), 접근 불가다. 섣불리 덤볐다가 건물 기둥 같은 발에 밟히는 날엔 다음 날 뜨는 해를 볼 수 없다.
하지만 기회는 만드는 것. 사자들은 많은 숫자를 이용해 끈질기게 여기저기를 쑤시고, 이런저런 공격으로 굳건한 대열을 흔든다. 보통은 끄떡하지도 않지만, 가끔 대응에 서투르거나 겁을 먹고 대열을 이탈하는 코끼리들이 있어서다. 목걸이 한 곳의 연결 상태가 그 목걸이 전체의 연결 강도이듯 이 거대한 성벽도 마찬가지. 한 곳이 뚫리면 전체 대열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초원 최강자와 최대 덩치의 대결은 마치 창과 방패 같은, 흔들기와 흔들리지 않기의 싸움이다. 사자들은 흔들어야 살고 코끼리들은 흔들리지 않아야 산다. 이들의 삶은 이 사이 어딘가에서 결정된다.
우리의 삶이라고 다를까? 스포츠에서 일상적인 비즈니스까지 승부의 본질이 여기에 있고, 개인 차원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이 이런저런 문제로 흔들어 대도 흔들리지 않아야 이겨낼 수 있다. 꽃은 흔들리면서 핀다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건 ‘침대’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 역시 흔들기와 흔들리지 않기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이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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