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장난감” 승객 전원 사망한 보잉 항공기 기종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았어?
지난 5일(현지 시간) 비행 중 기체 일부가 뜯겨 나간 황당무계한 사건이 첫 번째 사고다. 알래스카항공 1282편인 보잉 737 맥스9 기종은 포틀랜드 국제공항에서 이륙 직후 갑자기 창문이 깨지고 동체 측면 비상구 덮개인 ‘도어 플러그’가 뽑혀나가 동체에 문짝만 한 구명이 뻥 뚫렸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당시 보잉 737 맥스9 여객기 승객 7명이 제조사 보잉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승객 중 일부는 사고로 뇌진탕과 호흡곤란 등 증세를 호소했으며 그중에는 기내 압력이 심해 귀에서 피를 흘린 이도 있었다.
지난 16일에도 당시 탑승했던 승객 4명이 보잉사와 알래스카 항공 경영진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ABC 뉴스가 보도했다. 보잉사는 비행기 결함, 알래스카 항공 경영진은 안전 관리 미흡 혐의를 제기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12월 7일부터 1월 4일 사이 알래스카 항공 조종사가 해당 항공기의 조종실과 객실의 압력을 유지해 주는 비행기 여압계통과 관련한 문제 보고를 했으나 경영진이 이를 무시하고 운항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보잉사 생산 공장 직접 점검 후 보잉 737 맥스9의 운항 재개를 허용했으나, 당분간 737 맥스 기종 생산에 제한을 둘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6대를 운항하고 있는 ‘보잉 737 900ER 기종’이 사고 여객기의 이전 모델이라 같은 종류의 도어 플러그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유사 항공기 특별점검에 나섰으며, FAA의 권고 지침에 따라 선제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다보스에서 일정 소화 후 취리히로 이동해 개조한 보잉 737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었다. 당시 블링컨 장관 일행은 기내에 탑승까지 모두 마쳤으나 ‘산소 유출을 탐지했는데 아직 수리를 마치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엔진에 불이 붙었습니다.““탑승객은 5명입니다.”
해당 항공기는 이륙 엔진 고장으로 이륙한 지 약 10분 만에 마이애미 국제공항으로 회항했다. 당시 엔진 오작동으로 항공기 왼쪽 날개 쪽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는데, 비행 나간 자리에 불꽃이 선명하게 남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조종사를 비롯해 화물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 5명은 모두 무사 복귀했다. 아틀라스 항공 측은 “승무원들은 모든 표준 절차를 따랐고 모두 안전하게 마이애미 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며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잉사의 747 항공기는 장거리 항공편을 활성화 역할을 톡톡히 해 한때 ‘하늘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했다. 다만 항공 기술이 발전하며 더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를 만들 수 있어 2020년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당시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할 예정이었던 해당 여객기에는 172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해당 비행기는 점검 후 다음 날 곧바로 정상 운항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후 FAA는 본격적으로 보잉사 생산 공장 직접 점검에 나섰다. FAA의 점검이 시작되자 지난 25일 보잉사는 모든 제조 및 배송 작업을 중단했다.
두 사고 모두 보잉 737 맥스8 기종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진에어·제주항공·이스타항공 등의 국내 주요 항공사가 해당 기종을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해당 항공기 이름에서 ‘맥스’를 빼고 보잉737-8 기종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해당 사건의 부정적 인식을 지우기 위한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 대한항공 측은 대한항공은 “맥스는 별칭이기에 보잉737-8 기종이라고만 썼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보잉 맥수9 기종을 가장 많이 운용해 온 알래스카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번 사고로 입은 경영 손실을 보잉사에 청구했다. APF 통신에 따르면 알래스카 항공이 지난 5일 보잉 사고 여파로 추정한 손실 금액은 1억5000만달러(약 2003억8500만 원)에 달한다.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보잉기 사고로 올해 1분기 손실을 주당 35~85센트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생명과 직결한 비행기 안전사고에 분노한 누리꾼들은 “이 정도면 장난감 아니냐”, “안전 관리에 돈 쓰는 게 아깝냐”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미국 산업 안전 선구자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발견한 통계 법칙으로 1명의 중상자가 나오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의 경상자가 나오고, 재난을 운 좋게 피했지만 역시 같은 원인으로 부상할 위험이 있는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다.
미시적으로 보면 이번 보잉 항공기 사고 원인이 각양각색이었으나 크게 보면 모두 ‘안전 관리 소홀’이라는 공통의 이유를 가진다. 항공업계 및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보잉이 설득력 있는 안전 관리 체계를 내놓는 등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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