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대신 뜸치료 시킨 한의사…애꿎은 환자만 2도 화상 ‘분통’

인천지법, 한의사에 징역 4개월·집유 1년…치료한 직원엔 벌금 150만 원

법정 내부에 설치된 법원 상징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의원 직원에게 비염 뜸치료를 대신시켰다가 5세 여아 얼굴에 화상을 입게 한 30대 한의사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의료인이 아니면서 한의사의 지시로 뜸치료를 대신 한 20대 직원에게는 벌금형이 내려졌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부장 홍준서)은 업무상 과실치상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여·35)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직원 B(여·29) 씨에게는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소아 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 2022년 9월 직원 B 씨에게 비염 환자 C(5)양의 양쪽 볼 광대에 전자뜸 2개를 부착해 치료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의료인이 아닌 B 씨는 직접 C양의 양볼 위에 전자뜸을 부착한 뒤 자리를 비웠고, 화상 발생 직후에도 이를 A 씨에게 알리지 않아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게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C 양은 전자 뜸의 열로 인해 양쪽 볼에 약 3주간의 치료 및 지속적인 흉터 치료가 필요한 2도 화상을 각각 입었다.

홍 부장판사는 "A 씨는 한의사로서 안정성이 검증된 의료기기가 아닌 기구를 사용하면서 사용설명서를 숙지하지 않았다"며 "사용설명서에서 금지하는 방법으로 이를 사용했다가 사고가 발생해 형벌로서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A 씨는 뜸 치료를 보조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고용하지 않고 B 씨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했다"며 "재산형은 행위에 대응하는 적절한 형벌로 볼 수 없기에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한다. 피해자의 법정대리인과 합의된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