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 공식' 깬 포스코…'LG맨' 권영수, 회장 레이스 맨앞줄 섰다

최동현 기자 김종윤 기자 2024. 1. 3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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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후추위, 최종 후보 6인 공개…내부 3명·외부 3명 '순혈주의' 흔들
'사법리스크' 사내이사 모두 빠져…權 선출시, 30년만에 외부 출신 회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기자 =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31일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 회장직 최종 인선 후보에 '비(非)철강 출신 외부인'이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사내이사 전원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30년 만에 '외부 출신 회장'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포스코홀딩스(005490)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이날 차기 회장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한 '파이널리스트'를 발표했다. 내부 후보는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3명이며, 외부 후보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3명이다.

주목할 대목은 '호화 출장' 논란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사내이사 출신 내부 후보군이 모두 빠졌다는 점이다. 그룹 핵심인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을 비롯해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됐었지만, 이들 모두 최종 명단엔 들지 못했다. 내부 후보군 중 현직은 김지용 원장이 유일하다.

특히 후추위가 최종 후보군에 '외부 인사'를 3명 포함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가 최근 이차전지·수소 등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주력인 철강 비중이 절대적인 데다, 역대 회장 9명 중 8명이 내부 출신일 정도로 순혈주의가 견고하다. 실제 2018년 차기 회장 선출 당시 후추위는 최정우 현 포스코 회장(당시 포스코켐텍 사장)을 비롯한 5명의 최종 후보군 모두 '현직 포스코맨' 출신을 선정했었다.

업계 안팎에선 후추위가 '사법리스크'를 의식해 외부 후보군으로 무게추를 옮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정우 현 회장을 비롯한 사·내외 이사들이 무더기로 '호화 출장'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데다, 연일 추가 의혹이 꼬리를 물며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후추위는 이날 발표 직전까지 막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뉴스1 D.B

관심은 외부 인사로 단연 주목을 받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으로 쏠린다. 권 전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돌았는데, 이날 명단 공개로 그의 회장직 도전이 공식화됐다.

윤석열 정권과의 불화설에 시달린 최정우 현 회장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비토 속에 인선 작업 초기부터 후보군에서 배제돼 3연임 도전이 불발되고, 후추위가 이날 발표한 최종 후보군의 절반이나 외부 인사로 채운 점 등과 연결지어 권 전 부회장의 등판을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권 전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44년 동안 몸담으며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요직을 두루 거친 'LG맨'이다.

권 전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국내 최고 배터리 기업으로 키워낸 '스타 CEO'로도 유명하다.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국내 시총 2위로 끌어올렸고, 200조원 안팎이던 수주 규모를 3년 만에 500조원까지 늘렸다. 탁월한 경영 수완과 전문성으로 LG그룹의 새 먹거리인 이차전지 사업을 글로벌 반열로 올려놨다는 평가다.

권 전 부회장이 포스코 새 사령탑에 오른다면 1994년 제4대 김만제 전 회장 이후 30년 만에 '외부 출신 회장'이 된다. 이 경우 이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신사업 전환에 강(强)드라이브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철강은 전체 매출의 80% 이상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지만, 실적은 하락세다. 철강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5570억원, 매출액은 63조5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98%, 10.1%씩 감소했다.

다만 그룹 안팎에선 '정체성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만만찮다. 해외 철강재 유입으로 업황이 둔화했더라도 그룹 매출의 태반이 철강에서 나오고, 국내외 사업 대부분은 철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철강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서 여전히 내부 후보군의 최종 낙점을 점치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회장이 바뀌더라도 리튬 등 배터리 관련 투자 전략을 포기하거나 방향성을 바꾸는 일을 없을 것이라며 "후보추천위원회가 당사의 성장 전략을 이해하고 가장 잘 추진할 수 있는 CEO(회장)를 선임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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