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희생자에 빚져 우리가 살았다’…재난피해 지원기관 첫 설립

김가윤 기자 2024. 1. 3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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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참사 피해자의 희생에 빚져 우리가 오늘을 살았다. 이제 우리가 당신들이 살아갈 내일을 만들 힘을 채워갈 차례다.'

31일 저녁 7시 국내 최초로 설립되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개소식이 서울 중구의 센터 사무실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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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저녁 7시에 열린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각자 ‘센터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를 적어 들어 보였다. 김가윤 기자

‘재난참사 피해자의 희생에 빚져 우리가 오늘을 살았다. 이제 우리가 당신들이 살아갈 내일을 만들 힘을 채워갈 차례다.’

31일 저녁 7시 국내 최초로 설립되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개소식이 서울 중구의 센터 사무실에서 열렸다. 센터는 4·16재단 부설로 재난 피해자들의 권리 증진이 주목적인, 상설·전문 기관이다. 수십년간 사각지대 놓여왔던 재난 피해자를 지원하고 정책·제도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축사에 나선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센터가 개소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사회 도처에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때로는 억압당하고, 위협받고, 폄훼 당하는 재난 피해자들의 권리를 증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축사를 보내며 “우리는 불과 15개월 전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했다면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센터 설립이 우리 사회가 재난과 참사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피해 회복과 지원의 중요성을 배워나가는 계기이자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실은 정부,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라 죄송한 마음”이라며 “센터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기를 꿈꾸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6일 8개의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모여 발족한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대표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죄송하다고 하지만 저희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마음을 전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세월호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등 8개 참사 피해자들이 최초로 만든 연대 단체다.

개소식에는 다양한 참사 피해자들이 모였다. 고 이한빛 피디(PD) 어머니 김혜영씨는 “이태원 유가족 형제·자매를 만나보니 유가족이라는 단어를 쓰기를 머뭇거려 하더라. 그간 피해자의 권리는 배려받지 못하는 것이었다”며 “센터가 설립돼서 고마웠다. 단 한 명이라도 피해자가 생겼을 때 버팀목이 돼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등도 센터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센터는 4·16긴급지원기금 운영사업을 통해 재난 피해자들에게 의료·심리·법률·진상 규명·인권 보호활동·기록물 제작 등 전문인력을 연결하고 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재난참사피해자연대를 지원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재난 피해자를 발굴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활동을 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는 ‘권리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유해정 ‘우리함께’ 센터장은 한겨레에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매뉴얼 대신 재난 피해자들에게 실제로 도움되는 내용을 한국심리상담연구소, 대한변협 산하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국가인권위원회 등 8개 기관과 함께 만들려고 한다”며 “이후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직접 현장에 가서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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