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엔 허둥지둥, 후반에 허겁지겁…처음부터 ‘사이다’ 맛 좀 보자

황민국 기자 2024. 1. 31. 22: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앞뒤가 달랐던 클린스만호
동점골·선방쇼…마음고생 털어낸 ‘8강 두 주역’ 축구대표팀 조규성(왼쪽)과 조현우가 31일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2023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꺾은 뒤 부둥켜안고 있다. 알라이얀 | 연합뉴스
사우디전 낯선 스리백 실험하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선제골 헌납
패착 인정, 포백으로 바꾸자 활로
천신만고 아시안컵 8강 올랐지만
졸전 뒤 추격 ‘고구마 패턴’ 끊어야

축구에서 선제골 싸움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누가 먼저 첫 골을 넣느냐에 따라 경기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는 이 부분에서 만점을 받기 어렵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평가에 걸맞은 전력을 갖추고도 한 수 아래 상대에게 끌려가다 뒤늦게 쫓아가 역전하는 경기가 잦아지고 있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8강 티켓을 따낸 3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1-1 무·승부차기 4-2 승)도 그랬다. 이날 한국은 전·후반의 경기력 차이가 극심했다. 전반은 실망 그 자체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60)이 꺼낸 승부수는 무기력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전반에는 우리가 느리게 시작한 것 같다. 좋은 장면은 후반에 더 많이 나왔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클린스만 감독이 준비한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전진 배치와 함께 스리백 수비 전환이 통하지 않은 탓이다. 수비수 셋을 후방에 배치해 공간을 내주지 않겠다는 계산이었지만, 짧은 쇼트패스를 기반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사우디를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전에서 스리백을 실험한 것은 지난해 6월 페루와의 평가전이 유일했으니 그럴 법했다.

한국은 후반전을 시작한 지 단 1분 만에 교체 투입된 압둘라 하지 라디프(알타아원)에게 역습 위기에서 선제골을 헌납했다. 수비만 엉망인 게 아니었다. 측면을 기점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공격도 날카롭지 못했다. 양 측면 윙백이 공격 상황에서 번갈아 공격에 가담하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으나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연결되는 비율(28%)이 너무 낮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패착을 인정하고 포백으로 전술을 바꾼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후반 19분 최전방 공격수인 조규성(미트윌란)과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가 교체 투입되면서 기존 전술로 회귀한 것이 통했다. 경기 흐름을 잡고 맹공을 펼친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 조규성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후반의 경기력 차이는 한국이 사우디 페널티지역 볼 터치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한국은 전반 4회(사우디 6회), 후반 25회(사우디 5회)로 믿기지 않는 차이를 드러냈다. 사우디가 후반 들어 지키는 축구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면 아예 다른 팀이 아닌지 의심될 지경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이 전반에 졸전을 치르고, 후반 교체 투입된 선수를 중심으로 맹추격하는 흐름이 대회 내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은 전반 상대 페널티지역 볼 터치가 5회였고, 후반에는 26회였다. 우승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낮춘 말레이시아와의 3차전(전반 13회·후반 32회)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갑자기 역전의 DNA를 갖춘 ‘슬로 스타터’가 된 것인지, 아니면 클린스만 감독이 준비하는 전술마다 실패한 것인지 고민스럽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클린스만 감독이 출사표로 내놨던 우승이 쉽지 않다. 실제로 옵타는 한국이 2월3일 0시30분에 호주와 맞붙는 8강전에서 한국이 승리할 확률을 33.7%로 매겼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