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이도 힘들 땐데... 정말 매일 연락왔다" 부상으로 절친된 고교 라이벌, KIA 스캠에서 2년 만에 다시 뭉쳤다

김동윤 기자 2024. 1. 3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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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2021년 KIA 스프링캠프 당시 윤도현(왼쪽)과 김도영.
2021년 KIA 스프링캠프 당시 윤도현(왼쪽)과 김도영.
'KIA 타이거즈의 미래' 김도영(21)과 윤도현(21)에게 있어 2022년 3월 14일은 불운한 날이었다.

그날은 김도영이 유격수, 윤도현이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삼성과 시범경기였다. 1회말 외야 왼쪽으로 애매하게 향하는 공을 다이빙캐치를 시도한 윤도현과 뒤로 물러나던 김도영의 동선이 겹치면서 충돌이 일어난 것. 결국 윤도현은 오른손 세 번째 손가락 중수골 골절 판정을 받았다. 재활 기간만 4~5개월이 잡힌 큰 부상이었다.

최근 광주에서 만난 윤도현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때 내가 많이 다쳐서 나를 피해자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슬라이딩할 때 내가 조심하지 못한 부분이 크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김)도영이가 (내 부상으로 인해)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다쳤을 때도 정말 계속 괜찮냐고 연락이 왔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생각이 난다. 그때 도영이가 김광현 선배님께 데뷔 첫 안타를 치기 전까지 20타수 무안타로 정말 힘들었을 때다. 그런데도 정말 매일 연락이 와서 '얘 진짜 좋은 애구나, 착하네' 싶어서 더 친해졌다"고 웃었다.

사실 학교 다닐 때 두 사람은 경기장에서 인사만 할 정도로 친분이 없었다. 오히려 광주화정초-무등중-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윤도현과 광주대성초-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를 나온 김도영은 중학교 시절부터 라이벌로 불렸다. 그랬던 그들이 KIA의 선택으로 처음으로 고향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KIA가 문동주(21·한화 이글스) 대신 김도영을 마지막 1차 지명으로 선택하고, 윤도현을 2차 2라운드 15순위로 지명하면서 KIA 팬들의 바람이 이뤄졌다.

윤도현(왼쪽). /사진=KIA 타이거즈

그 날의 경기도 KIA가 그리는 미래의 일부였지만, 생각보다 그 미래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4~5개월이면 될 줄 알았던 재활이 1년이 걸렸다. 손가락이 낫자 이번엔 손목에서 통증이 왔다. 윤도현은 그렇게 2023년 3월까지 꼬박 손목 재활에만 매달렸다. 불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4월 약간의 햄스트링 통증이 생겼을 때 무리하지 않고 2주 휴식 뒤 퓨처스리그에 나섰다. 5월 한 달간 11경기에 나선 뒤 마침내 지난해 5월 28일 1군 데뷔전을 치렀다. 2년 만의 데뷔 기쁨도 잠시, 또 한 번 경기 도중 햄스트링에 통증이 왔고 그렇게 또다시 재활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 사이 친구이자 라이벌 김도영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김도영에게도 고난이 있었다. 윤도현의 불운이 더 컸을 뿐, 김도영도 만만치 않은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데뷔 첫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으로 제대로 훈련하지 못한 채 시즌에 돌입했고, 2년 차인 지난해에는 개막 2경기 만에 왼쪽 중족골 부상으로 3개월을 쉬었다. 숱한 부상에도 84경기 타율 0.303, 7홈런 47타점 72득점 25도루, 출루율 0.371 장타율 0.453으로 정규시즌을 마치면서 2023 아시아 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서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일본과 결승전 도중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왼손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시범경기 출전을 목표로 재활 중이다.

공식 경기 12경기에 나선 유망주와 국가대표 유니폼까지 입은 주전 3루수. 2년 만에 차이가 훌쩍 벌어졌지만, 윤도현은 오히려 2년 전 첫 부상 당시 친구 김도영의 모습을 떠올렸다. 윤도현은 "(김)도영이와 나는 애초에 입단할 때부터 시작점이 달랐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부상이 아쉬울 뿐 나도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팬분들께 확실히 기대하셨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도영이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3 APBC 예선 풀리그 3차전 2회말 1사 1,3루에서 적시타를 친 후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뉴스1
KIA 윤도현. /사진=KIA 타이거즈

2년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손가락, 손목 등 일부분만 다친 덕분에 윤도현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할 수 있었다. 최형우(42), 김선빈(35) 등 대선배들이 적당히 하라고 할 정도로 웨이트 트레이닝, 필라테스, 모빌리티 등 기초 체력을 올리는 데 열중한 덕분에 파워도 늘고 주력도 더 빨라졌다. KIA 관계자들이 풀타임 시즌을 보고 싶은 선수로 윤도현, 김도영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런 그들이 2년 만에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뭉친다. 지난해 미국 스프링캠프에서는 김도영의 이름만 있었지만, 이번 호주 스프링캠프에는 윤도현과 김도영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들어갔다.

김도영만큼 1군에서 윤도현을 기다리는 선수도 드물다. 같은 날 따로 만난 김도영은 윤도현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가장 표정이 다양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물었을 때 담담하던 그의 표정은 속상해 하는 얼굴로 시작해 점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더니 미소로 마무리됐다.

김도영은 "(윤)도현이가 첫해에 어떻게 보면 나 때문에 부상을 당했다고 볼 수 있어서 볼 때마다 미안하고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면서 "도현이가 진짜 잘할 애다. 재능도 있고. 솔직히 도현이가 잘안 되면 내가 다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하고 야구에 대한 생각이 많은 아이다. 도현이가 못하면 나도 하늘이 못 미더울 것 같다. 도현이는 정말 잘할 수밖에 없다. 같이 1군에서 뛰는 날을 내가 제일 기대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도영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스프링캠프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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