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빌미’ 가스라이팅에 노예 7년..가해女 “말로 사람 인생 망치는 게 법질서냐” 주장

이동준 2024. 1. 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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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男 친형 “가해자들, 일말의 죄책감과 반성 느껴지지 않아”
피해 남성이 메모한 가스라이팅 흔적. 사진=보배드림 갈무리
 
무려 7년간 이성 친구를 가스라이팅(심리 지배)해 노예처럼 부린 30대 여성이 범행에 가담한 남편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의 친형은 “선고가 끝나고 재판장 안에서 미친 사람처럼 울었다”며 “바로 민사에 착수 했다”고 밝혔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A(35·여)씨에게 징역 7년을, 그의 남편 B(41)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동거한 이성 친구 C(34·남)씨를 폭행해 다치게 하거나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평소 주먹이나 허벅지로 C씨를 자주 때렸고, 휴대전화로 얼굴을 내려쳐 코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또 라이터를 불에 뜨겁게 달군 뒤 C씨 가슴에 대거나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마시게 했다.

C씨는 휴대전화 게임을 하다가 A씨한테서 폭행당한 뒤 30∼40분 동안 '엎드려뻗쳐'를 한 날도 있었다.

A씨는 2011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C씨와 친구로 지내다가 이듬해 여름부터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B씨와 함께 셋이 동거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013년 6월 C씨에게 유사성행위를 한 뒤 오히려 "왜 말리지 않았느냐"며 화를 냈고, 이후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해 심리를 지배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A씨와 결혼한 B씨도 아내의 범행에 일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B씨는 잠을 자는 동안 C씨의 두 다리를 쇠사슬로 감아 자물쇠를 채웠고, 쇠사슬을 전자레인지 선반과 연결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2020년 1월에는 A씨가 바닥 청소기 돌리고 닦기, 옷장 정리하기, 정신 차리고 행동하기 등 11개 항목을 한 달 넘게 A4용지에 매일 쓰게 했고, 실제로 집안일을 강요하기도 했다.

A씨 부부는 또 C씨를 협박해 현금을 송금받는 등 총 8000만원을 뜯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C씨는 2020년 집에서 나왔고, 노예처럼 산 지 7년 만에 A씨 부부를 경찰에 고소했고 A씨에겐 공동공갈뿐 아니라 특수상해·강요·협박·특수폭행 등 무려 9개에 달하는 죄명이 적용됐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과 기간 등을 보면 피고인들의 죄질이 매우 불량한데도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A씨는 주도적으로 범행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는 주도적으로 대부분의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으나 배우자의 범행에 소극적으로나마 가담했다"며 "B씨의 존재도 배우자가 범행하는 데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판결 후 다음날인 31일 피해자의 친 형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함께 공분하고 위로해준 누리꾼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에 돌입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보배드림에 ‘악마 부부에 의해 7년간 노예생활 한 친동생 사건 근황’이란 제목의 글을 남겼다.

그는 “정말 감사히도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셨고, 언론에도 보도가 됨과 동시에 경찰과는 달리 검찰에서 철저하게 조사를 해주어 기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길고 긴 재판 끝에 드디어 지난주 최종 선고가 났다”며 “나는 거의 모든 재판과 선고에 연차를 내서 참석했다. 그들에게서 일말의 죄책감과 반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7년의 선고가 내려지고 할 말이 있냐는 판사님의 질문에 그 여자(가해자)는 ‘한 마디의 말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법의 질서냐’고 오히려 판사님께 따지기도 했다”며 “(재판부가) 그들이 끝까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을 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여 검찰이 구형한 7년과 3년6개월을 꽉 채워서 선고해주신 듯 하다”고 했다.

그는 “7년과 3년6개월이라는 선고가 사실 아쉽지는 않다”며 “이제 판결은 났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위로와 공감의 댓글 하나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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