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만에 4이통사 스테이지엑스…투자 여력 여전히 "?"
이통3사 포기했던 5G 28㎓…스테이지엑스 "낙찰가보다 '4이통사' 획득이 의미 크다"
제4이통사 자리를 놓고 진행된 주파수 경매가 스테이지엑스의 승리로 끝났다. 업계 예측과 달리 사업자 간 팽팽한 자존심 싸움으로 경매가 길어지며 주파수 가격은 시초가의 6배까지 뛰었다. 예상보다 큰 출혈이 생긴 스테이지엑스를 바라보며, 다소 이르지만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31일 진행된 5G 28㎓ 대역 800㎒(26.5~27.3㎓)폭 주파수 경매 5일 차 결과 스테이지엑스가 경쟁자인 마이모바일 컨소시엄을 제치고 4301억원에 낙찰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39라운드부터 시작된 경매는 오후 5시50분까지 오름입찰 50라운드를 모두 끝냈고, 양측 모두 포기하지 않아 결국 오후 7시 밀봉입찰로 승자를 결정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알뜰폰 사업자 '스테이지파이브'를 중심으로 신한투자증권 및 IT 기반 기업이 구축한 컨소시엄 형태 법인이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최근 기존 최대 주주였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지분을 임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신규 투자조합이 대거 사들이며 카카오 계열사에서 벗어났다.
스테이지엑스를 이끄는 스테이지파이브의 서상원 대표는 "5G 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부각시키고 시장에도 새롭고 혁신적인 변화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높은 낙찰가에 대해 서 대표는 "단순 입찰가를 기준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제4이통사 자격 획득에 큰 의미가 있다"며 "28㎓ 주파수의 독점적 사용으로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및 기술, 그리고 부가가치를 반영한 미래가치를 고려 경매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파수 가격은 업계 예측의 4~5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통신업계는 당초 경매가 800억~1000억 선에서 끝날 것이라 내다봤다. 경매에 참여한 사업자 모두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사업자인데다, 28㎓는 사업성마저 낮기 때문이다.
주파수 가격이 이렇게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과거 허가제였던 기간통신사업자 진입이 경매를 통한 등록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7차례 진행된 제4이통사 선정에서는 사업자의 재정 능력에 대한 평가를 과기정통부가 직접 했다. 그러나 재정평가 단계에서 모든 사업자가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재정평가를 정부 대신 시장에 맡기자는 의견이 나왔다. 사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경매 대가를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경매 과열로 참여 사업자들이 '치킨 게임'에 빠진 것이다.
문제는 낙찰 이후부터다. 28㎓는 이통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마저 수익성이 낮아 포기한 주파수다. 이번 경매에 나온 주파수는 2018년 KT가 할당받았던 구간인데, 당시 KT는 2078억원을 지불했다. 과기정통부가 신규 사업자에 대한 부담 완화를 위해 최저경쟁가격을 기존의 3분의 1수준인 742억으로 설정했지만, 경매가 과열되면서 이통3사가 낙찰받은 가격의 두배를 훌쩍 넘겨 스테이지파이브의 비용 부담이 예상보다 훨씬 커졌다.
28㎓의 낮은 사업성도 문제다. 28㎓는 속도가 빠르지만 회절성이 낮고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기지국 구축 비용이 많이 든다. B2C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B2C에 집중해야 한다. 경매에 참여했던 세종텔레콤이 재빠르게 포기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거다. 서 대표가 "스테이지엑스가 도모할 온라인 기반의 이동통신 서비스 유통구조 혁신, 그리고 클라우드를 활용한 인프라 비용절감 측면까지 감안한다면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업계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5G 28㎓ 기지국 1대당 2000만~3000만원인데다 추가 필수 설비도 필요하다. 신규 사업자는 총 6000개의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중간 금액인 2500만원으로 계산하면 대략 1500억원이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4000억원의 정책 지원금을 약속했지만, 28㎓를 활용한 5G 특화망도 늘고 있는 가운데 B2B로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며 "사업성이 보이지 않으면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스테이지엑스에 참여했던 협력사도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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