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선거개입 시도’, 野 ‘돈봉투’ 유죄 파장…어디까지 이어질까
‘당대표 경선서 돈 살포’ 민주당, 줄소환 예고에 겹악재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4·10 총선을 70일 앞두고 정치적 폭발력이 큰 두 사건의 1심 선고가 나란히 나왔다. '고발사주'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핵심 피고인인 현직 검사와 현역 국회의원에 모두 유죄가 선고되면서 파장이 확산할 전망이다. 고발사주 사건은 검찰 조직 전체와 국민의힘 그리고 윤석열 정부에, 돈봉투 사건은 사법 리스크를 떨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고발사주 실체 인정한 法…"검찰, 정치적 중립 정면 위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31일 '고발사주' 의혹 핵심 피고인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여권 인사를 고발토록 야당 측에 사주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원은 이 사건을 '중대 사안'으로 규정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이 문제의 고발장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송, 선거 개입을 시도한 것이라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검사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것"이라며 "당시 여권 정치인·언론인을 고발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기에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텔레그램을 통해 전송된 문제의 고발장 이미지 최초 생성자가 손 검사장으로 특정된다고 봤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손 검사장→김 의원→제보자 조성은씨' 연결 고리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법원이 검찰의 정치 개입 시도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파장은 확산할 전망이다. 사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사람은 모두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후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손 검사장에 대한 유죄 선고로 최종 지시자와 '윗선' 규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선고 결과가 나온 직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있던 지난해 9월 피고인 신분의 손 검사장을 승진시킨 점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도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현직 검사가 초유의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자체로 타격이 큰 데다 조직적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간 공언해 온 '정치적 중립'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또 검찰 수사로 무혐의가 나온 김웅 의원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공모 관계를 인정하면서 부실 수사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이날 판결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손 검사장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돈봉투 사건, 정당민주주의 위협…죄질 매우 불량"
고발사주 사건 판결 직후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을 맹비난한 더불어민주당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는 이날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게 징역 2년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징역 1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의원과 강씨는 당대표 경선에서 국회의원, 지역본부장, 지역상황실장 등에게 금품을 제공해 전국 대의원을 포섭하고자 했다"며 "당대표 경선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정당민주주의를 위협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매년 200억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집권 여당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 이 선거가 전국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을 고려하면 불법성이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의원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한 뒤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이를 살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씨는 윤 의원 및 송 전 대표 보좌관과 돈봉투 조성 및 전달을 공모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피고인들에 대한 혐의가 전부 유죄로 나옴에 따라 '정점'으로 지목된 송 전 대표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구속기소 돼 재판을 앞둔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조성과 전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법원 판단에 따라 향후 이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민주당 전현직 의원 20명에 대한 줄소환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은 이미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다른 의원들의 출석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의원들은 '총선이 끝나기 전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공천과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돈봉투 수수) 혐의 의원들을 상대로 소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조사에 응한 의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속 정확한 수사를 위해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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