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배울 수 있어 행복했어요!”…은빛 만학의 꿈 이뤄
[KBS 전주] [앵커]
배움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고 하죠.
가정 형편 등으로 젊은 시절 공부를 등졌다 초로의 나이에 다시 학업을 시작한 할머니들이, 저마다 빛나는 졸업장을 손에 들었습니다.
김현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It is important to make our school a happy place.(우리 학교를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건 중요합니다.)"]
영어 한 단어 한 단어 읽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칩니다.
3남 3녀 중 셋째딸인 이순남 씨는, 초등학교를 마친 뒤 반세기 만에 다시 용기 내 연필을 잡았습니다.
[이순남/수석 졸업생/68살 : "동생하고 오빠하고 뒷바라지해가면서 밥해줘 가면서 직장 다니면서 그렇게 하다가…."]
결혼 뒤 아이를 낳고 생계를 꾸리다 보니 어느새 예순을 훌쩍 넘었지만, 향학열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불타올랐습니다.
[이순남/수석 졸업생/68살 : "여기를 지나가면서도 보고도, 내가 그렇게 절실히, 간절했던 학교인데도 또 한 2, 3년을 망설이게 되니까 ' 학교 가겠다' 말하는 게 쉽지가, 입이 안 떨어져요."]
중·고등학교 6년간의 학업과 고된 집안일을 모두 감당한 아내를,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 온 남편은 오늘따라 눈물이 차오릅니다.
[김현두/졸업생 가족 : "나이 먹고 공부하니까 건강에, 좀 힘든 거 같아요. 그래서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좇을 수 있게 용기를 준 가족들의 뒷바라지 끝에 이룬 은빛 만학의 결실이라 행복감은 더합니다.
[김도연/졸업생/학생회장 : "내가 다른 건 다 성격이 활발한데, 이 배움이라는 거기에서 용기를 항상 잃어요. 용기를 못 냈는데 큰딸이 차를 태우고 막 어디를 가더라고요. '어디 가냐' 그랬더니 여기를 딱 데리고 오더라고요."]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으로, 이제 더 큰 배움의 길로 들어서기에 마음은 다시 설레고 벅찹니다.
["노인복지과를 선택했거든요. 제가 부모를 일찍 잃다 보니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언니들이나 어른들을 저기(챙기다) 하다 보면 칭찬을 받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거기에 이제 용기를 얻어서…."]
졸업생 평균 나이는 '아름다운 나이'라는 뜻의 예순여섯 살 미수(美壽), 이들의 학창 시절은 또 다른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도록 빛날 겁니다.
KBS 뉴스 김현주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
김현주 기자 (thiswe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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