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응 방식 정했다”…이란 “우리 국민 공격 땐 가만히 안 있어”

손우성 기자 2024. 1. 3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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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사망 놓고 설전…확전 부담 속 “뇌관 터질 수도” 지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친이란 민병대의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 공격으로 미군 3명이 폭사한 사건과 관련해 대응 방식을 결정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자국민을 겨냥한 보복을 단행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맞섰다.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만은 피하겠다는 뜻이 강하지만, 설전이 누적된다면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온 ‘레드라인’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군에 대한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고,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추가 질의에 “이란이 공격자들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대해 “친이란 무장단체가 미군을 공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이런 형태의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라고 부연했다. 공격 주체로 지목된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넘어 사실상 이란 당국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커비 조정관은 또 “단 한 번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복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란은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단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란의 영토와 이익, 국경 바깥에 있는 이란 국민을 공격한다면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가디언 또한 “미국이 이란 땅을 직접 공격한다면 이란 정부는 중동에 있는 미국 자산에 반격할 수 있다”며 “이는 양측의 정면충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은 부담스러워한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중동에서 더 큰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오는 11월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이란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군이 위험 부담이 큰 이란 본토 타격 대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원을 사살하는 이른바 ‘두더지 제거’ 작전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 주범으로 꼽히는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군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NYT는 확전을 꺼리는 이란이 카타이브 헤즈볼라에 상당한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워싱턴 기반 비영리단체 이란·미국위원회(NIAC)의 자말 아브디 회장은 이날 알자지라와 인터뷰하며 “미국과 이란의 발언 수위가 날로 격해지고 있다”면서 “지금의 상황은 개구리가 서서히 달궈지는 물에서 자신이 요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우화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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