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도 쥐락펴락…미 대선의 ‘디바’
유권자 18% “스위프트 지지 후보 투표”
지난 대선 땐 바이든 공개 지지한 전력
지지율 고전 바이든 캠프엔 ‘천군만마’
트럼프 진영은 음모론 퍼뜨리며 견제
“테일러 스위프트를 잡아라.”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세계적인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사진)가 초미의 관심 인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스위프트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상당수 표가 움직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스위프트를 사이에 둔 양 진영의 기싸움도 가열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진이 스위프트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야심찬 꿈’을 추진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2억7900만명에 이르는 스위프트가 2020년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지지선언을 해준다면 지지율 부진으로 고전하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NYT는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이나 공연 중 발언으로 수백만의 지지자를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라면서 “스위프트의 모금 호소는 바이든에게 수백만달러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선거캠프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스위프트 콘서트 투어 현장을 직접 찾는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략에는 ‘역대급 비호감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호감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스위프트는 연예계를 넘어서 사회 전반에 막강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스위프트의 공연이 열리는 도시마다 몰려든 관광객 덕분에 식당과 호텔, 여행업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일컬어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다. 스위프트가 지난해 9월 인스타그램에서 팬들에게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게시물을 올렸을 때는 하루 만에 신규 등록한 유권자가 3만5000명이 늘어나기도 했다.
외신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스위프트가 누굴 지지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표가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30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레드필드 앤드 윌튼 스트래티지’의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18%는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특히 35세 미만 청년층에서는 10명 중 3명이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리처드 바츠 토슨대 명예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젊은층의 정치적 무관심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면서, 접전이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스위프트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까지 스위프트는 누구에게도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었던 2020년 대선 당시 스위프트가 바이든을 공개 지지했던 전력 때문에 트럼프 진영은 그가 결코 자신들의 우군이 되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위프트보다 내가 더 인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스위프트 견제에 나섰다.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마가(MAGA)로 통칭되는 트럼프 극성 지지층이 이미 스위프트를 상대로 ‘성전’에 돌입했다고 30일 전했다. 이들은 극우 미디어를 중심으로 스위프트가 사실은 국방부 비밀요원이고, 바이든의 재선을 위해 팬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등의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또 스위프트와 그의 남자친구인 미 프로풋볼(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가 코로나19 백신, 민주당 지지를 위해 만들어진 거짓 커플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한다. 한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만약 스위프트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할 경우 “문화 전쟁의 불길에 더 많은 연료가 투입될 것”이라고 롤링스톤에 말했다. 폭스뉴스 앵커 지닌 피로도 스위프트를 향해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며 “우리는 당신을 거기(정치)에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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