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무슬림 여성으로 위장 이스라엘군, 서안지구 병원 급습 팔 무장대원 사살
이스라엘군이 의료진과 무슬림 여성으로 위장한 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한 병원을 급습해 입원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을 사살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서안지구 북부 제닌의 이븐시나 병원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 경찰과 합동 작전을 벌여 이곳에 입원해 있던 하마스 대원 무함마드 잘람네(27) 등 3명을 사살했다. 병원의 폐쇄회로(CC)TV에는 이스라엘 요원 12명이 무슬림 여성들이 착용하는 머리 스카프를 두르거나 수술복, 의사 가운 등을 입고 소총을 든 채 병원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스라엘 군인이 의료진 등 병원 직원들을 무릎 꿇리고 양손을 들게 한 채 수색하는 장면도 찍혔다.
이븐시나 병원장인 나지 나잘 박사는 “이스라엘군이 치료가 진행 중이던 입원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세 사람의 머리에 총을 쏴 냉혹하게 처형했다”면서 “이곳은 모든 종류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병원”이라고 말했다. 타우피크 알쇼바키 병원 대변인은 “병원 안에서 총격전은 없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표적 살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사살된 3명이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를 계획하며 병원을 은신처로 활용해왔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병원 측은 숨진 이슬라믹지하드 대원 바실 가자위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으로 척추에 손상을 입은 뒤 신체가 마비돼 병원에서 계속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의 국제법 전문가인 엘리아브 리블리히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가자위가 마비로 인해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국제법상 공격 대상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제인도법에 따라 병원과 의료진은 항상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비겁한 암살”이라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이번 작전이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얼마나 치명적인 폭력 사태가 서안지구에까지 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건”이라고 짚었다. 제닌은 이스라엘군의 점령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뒤 서안지구에서 최소 380명이 이스라엘군과 유대인 정착민들에 의해 살해됐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 서안지구를 점령했다.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2005년 군대와 유대인 정착촌을 철수했지만 대규모 분리 장벽을 건설해 17년간 철저한 봉쇄 정책을 펴왔다. 반면 서안지구에서는 군대를 철수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해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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