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도 등 돌린 ‘사학비리 학교’
타교 ‘과밀 학급’ 악영향…교사 노조 “교육청은 뒷짐”
광주 도심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수년째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 학교 올해 신입생은 배정 정원의 10%에 불과하다. 학교법인 비리가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지원을 기피해 생긴 일이다.
3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광산구 A여고는 수년째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A고는 28학급 규모로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1학년도 신입생 배정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고 갈수록 미달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교육청은 2022학년도 이 학교에 신입생 정원 285명을 지정했는데 실제 배정은 51명에 그쳤다. 2023학년도 정원은 220명이었는데 신입생은 41명에 불과했다. 올해 정원은 224명이었지만 신입생은 24명에 그쳐 10.7%만 채웠다.
광주지역 일반계 고교 배정은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적어내면 무작위 전산 추첨 방식으로 결정된다. 진학하고 싶은 고교 6~9곳씩을 지원하게 된다. 지원서에 쓰지 않는 학교에는 배정되지 않는 만큼, 많은 학생들이 A고를 ‘진학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학생의 이탈도 많다. 2022년에 입학한 2학년은 현재 44명, 1학년(2023년 입학)은 38명만 남았다. 올해 신입생이 입학해도 전교생이 110여명에 불과한 ‘미니 학교’로 전락한 것이다.
학생들이 A고 진학을 꺼리는 것은 학교법인의 비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A고 전 이사장은 교사 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학교가 관련 내용을 진술한 교사를 해임하면서 ‘보복 징계’ 논란도 이어졌다.
2020년에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A고 문제가 다뤄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광주시교육청은 “A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지면서 2021년도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이 학교에 대한 ‘기피 현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A고의 대규모 미달로 인근 다른 학교는 ‘과밀 학급’이 이뤄졌다. 지난해 광산구 고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30.1명으로 광주 다른 지역 평균인 27.5명보다 많았다. 학교 운영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 A고에는 교사 35명이 있는데 학생이 크게 줄어 ‘과원 교사’가 발생하고 있다.
교육청은 이런 교사들을 공립학교의 ‘순회 교사’로 보내는데 2022년 9명, 그리고 지난해에도 12명이 다른 학교 교단에 섰다. 광주교육청은 A고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등으로 2023년 34억원, 2022년에는 39억원을 재정결함 보조금으로 교부했다.
광주교사노동조합은 “학교가 적정 규모를 유지하지 못하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데 교육청이 수년째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고 교장은 “학생수가 감소했지만 교육과정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통학거리에 있는 우리 학교를 포함해 지원서를 쓰도록 하는 방식 등을 도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교육청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학교 정상화를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자구 노력이 이행되지 않고 교육과정의 정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특단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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