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제4이통사 출범···스테이지엑스 28㎓ 낙찰
14년만에 국내에 제4 이동통신사가 출범한다. 앞서 이동통신 3사가 반납한 5세대(G)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의 새 주인으로 스테이지엑스가 선정됐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가 28㎓에 투자하며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황금 주파수 공급 등의 육성 방안까지 예고해 스테이지엑스가 이통 3사에 버금가는 체급을 키워 통신시장에 ‘메기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치솟은 경매가에 따른 과도한 비용으로 위험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경매를 통해 28㎓ 대역 주파수 할당 대상법인으로 4301억원을 써낸 스테이지엑스가 선정됐다고 31일 밝혔다. 알뜰폰 업체 스테이지파이브는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기업들과컨소시엄을 통해 신규법인 스테이지엑스를 설립한 곳이다. 이날 경매는 50라운드를 모두 마칠 때까지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 양사가 모두 물러서지 않으면서 밀봉 입찰로 최종 낙찰자가 결정됐다.
출혈 경쟁 없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경매는 과열 양상을 보이며 최고 입찰액이 4301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정한 최저경매가 742억원에서 6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지난 2018년 2000억원대 초반이었던 기존 통신 3사의 28㎓ 대역 주파수 낙찰 기록을 뛰어넘었다.
스테이지엑스 관계자는 경매가에 대해 “단순 입찰가를 기준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보다 제4이통사업자 자격 획득에 큰 의미를 뒀다”며 “28GHz 주파수 독점 사용으로 창출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 부가가치를 반영한 미래가치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7전8기 끝에 출범한 이통사지만, 주파수 할당 가격을 고려하면 스테이지엑스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고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해당 주파수를 지원하는 단말기도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실제 통신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망 구축 의무(3년간 6000대 구축)는 지키면서 28㎓ 생태계가 활성화될 때까지 다른 수익 모델로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장비 구매 및 구축 비용을 합치면 최소 초기 비용이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통신 3사도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3년간 2000대를 구축하는 데 그쳤다.
28㎓ 대역은 더 빠른 속도로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진짜 5G’로 불리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전파의 꺾임성)과 투과성(물질을 관통하는 성질)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전국망을 구축하려면 기지국을 촘촘하게 세워야 해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이통 3사가 주파수를 반납한 이유다.
스테이지엑스는 이날 ‘Real 5G 서비스’ 구현을 위해 28GHz 핫스팟과 더불어, 클라우드 코어망과 기존 통신3사 네트워크를 이용한 로밍을 통해 전국을 커버하는 5G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통사로부터 망을 도매로 제공받아 이용자에게 알뜰폰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삼성과 애플, 구글, 폭스콘 등과 제휴해 28㎓대역을 지원하는 단말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앞서 과기부도 신규 사업자 지원을 위해 삼성전자 등과 협의해 자급제 폰에 28㎓ 탑재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기부는 이동통신 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신규 이통사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이른바 ‘황금 주파수’로 꼽히는 1∼6㎓ 사이 중대역 할당 카드도 고민 중이다. 하준홍 주파수정책과장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디지털 스펙트럼 플랜(안) 토론회에서 “선정 사업자가 28㎓에 투자하며 단기 경쟁력을 확보하면 사업자가 희망하는 주파수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지원을 원하는 대역과 서비스 모델을 검토해 주파수 대역에 날개를 달 수 있다면 공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지원에도 스테이지엑스가 명실상부한 제4 이통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력과 꾸준한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14년만에 신규 이통사가 탄생한 일은 의미 있지만, 망을 구축하고 가입자가 모일 때까지 운영비를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 시장에선 의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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