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생존병사 어머니 눈물의 탄원 “제발 진실을 밝혀달라”
국회의사당 앞 국정조사 요구
31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지난해 7월 고 채모 해병대 상병과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려고 예천 내성천에 들어갔다 생존해 나온 장병 어머니 A씨가 치는 탄원의 북소리였다. A씨는 북을 치다가 주저앉아 울고, 울다가도 다시 북을 치며 외쳤다.
“김진표 의장님 제발 진실 좀 밝혀주세요. 누가 거기에 우리 애들 집어넣었는지, 왜 복구 작업이 수색 작업이 됐는지, 보병들이 왜 물에 들어갔는지 그것만 알게 해주세요.”
군인권센터·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TF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A씨와 군 사망사건 유가족 8명도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대통령실, 국방부, 경찰까지 모두 개입’ ‘채 상병 사망사건 국정조사, 김진표 의장이 결단하십시오’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탄원서를 읽은 A씨는 “세상을 떠난 채 상병과 동료들에게 ‘절대 너희 잘못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해줘야 한다”며 “그러려면 이게 누구 책임이고 누구 잘못인지 진실을 알아야 한다. 그게 지금의 어른들이, 엄마가 해줘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문도 다 열려 있고 급류가 흘러 전차도 나온 그곳에서 우리 애들은 왜 그 값싼 구명조끼 하나 없이 들어갔냐”고 했다.
이어 “5만명이 넘는 시민이 국정조사 실시를 청원하고, 73%가 넘는 국민이 특검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절차에 맞게 국정조사 요구서도 제출했다”며 “국회의 보호 아래 용기를 가지고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의장이 결단해달라”고 했다.
또 “진실을 밝히려던 박정훈 대령은 죄를 뒤집어쓰고 재판을 받고 있다”며 “군도, 경찰도, 정부도 믿을 수 없다. 지금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국회뿐”이라고 했다.
고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죽고 나서 군 관계자는 내게 ‘아들이 만두 먹다 목 막혀 죽었다’며 선임병에게 구타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속였다. 이젠 이들이 죽은 아이들보다 책임자 지키는 데 관심 많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더 많은 아들딸이 죽어야 악습을 끊을 수 있나. 진실을 밝히는 일이 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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