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생존병사 어머니 눈물의 탄원 “제발 진실을 밝혀달라”

오동욱 기자 2024. 1. 3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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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8명 등 진상규명TF
국회의사당 앞 국정조사 요구
‘애끓는 북소리’ 들어주세요 2016년 급성백혈병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한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가 31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채모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탄원의 북’을 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31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지난해 7월 고 채모 해병대 상병과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려고 예천 내성천에 들어갔다 생존해 나온 장병 어머니 A씨가 치는 탄원의 북소리였다. A씨는 북을 치다가 주저앉아 울고, 울다가도 다시 북을 치며 외쳤다.

“김진표 의장님 제발 진실 좀 밝혀주세요. 누가 거기에 우리 애들 집어넣었는지, 왜 복구 작업이 수색 작업이 됐는지, 보병들이 왜 물에 들어갔는지 그것만 알게 해주세요.”

군인권센터·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TF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A씨와 군 사망사건 유가족 8명도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대통령실, 국방부, 경찰까지 모두 개입’ ‘채 상병 사망사건 국정조사, 김진표 의장이 결단하십시오’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탄원서를 읽은 A씨는 “세상을 떠난 채 상병과 동료들에게 ‘절대 너희 잘못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해줘야 한다”며 “그러려면 이게 누구 책임이고 누구 잘못인지 진실을 알아야 한다. 그게 지금의 어른들이, 엄마가 해줘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문도 다 열려 있고 급류가 흘러 전차도 나온 그곳에서 우리 애들은 왜 그 값싼 구명조끼 하나 없이 들어갔냐”고 했다.

이어 “5만명이 넘는 시민이 국정조사 실시를 청원하고, 73%가 넘는 국민이 특검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절차에 맞게 국정조사 요구서도 제출했다”며 “국회의 보호 아래 용기를 가지고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의장이 결단해달라”고 했다.

또 “진실을 밝히려던 박정훈 대령은 죄를 뒤집어쓰고 재판을 받고 있다”며 “군도, 경찰도, 정부도 믿을 수 없다. 지금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국회뿐”이라고 했다.

고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죽고 나서 군 관계자는 내게 ‘아들이 만두 먹다 목 막혀 죽었다’며 선임병에게 구타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속였다. 이젠 이들이 죽은 아이들보다 책임자 지키는 데 관심 많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더 많은 아들딸이 죽어야 악습을 끊을 수 있나. 진실을 밝히는 일이 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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