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전산망 장애 땐 컨트롤타워 두고 ‘재난’으로 관리
상황실 설치 등 제도 개선
이중화 설계·대기업 참여 등
시스템 안정성 향상 작업도
지난해 10월 ‘지방행정전산망 장애’ 등 잇단 정부 전산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정부가 재발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중화 체계’ 강화 등 오류 대응 시스템을 보완하는 한편, ‘전산 장애’를 법정 재난으로 명시하고 일종의 ‘재난상황실’도 설치한다.
정부는 31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대책’을 확정·발표했다. 대책은 단기적인 장애 예방과 대응 관련 대책, 중장기적인 시스템 안정성 향상 방안으로 구성돼 기술적·제도적 측면 두 방향에서 추진된다. 우선 전산 장애 예방과 대응을 위해 이중화 설비가 보강된다. 행정안전부는 “예산상 문제로 일부 시스템에 대해서만 이중화 장비가 구성돼 있다”며 “이를 모든 네트워크와 방화벽 장비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중화 설계는 본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우회 시스템을 구축해놓는 체계다. 다만 지난해 지방행정전산망 장애 당시엔 이중화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다. ‘시스템 전체가 오류를 일으킨 게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 부품(라우트 포트)의 오류였기 때문’이라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이른바 ‘장애 격벽’도 설치한다. 지난해 지방행정전산망 장애 당시 지방공무원의 인증 시스템은 물론 ‘정부24’ 시스템도 같은 라우터에 연결돼 있어 두 시스템이 한꺼번에 오류를 일으켰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시스템별로 분리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산 장애를 ‘재난’ 상황으로 보고 대처하기로 했다. 재난안전법상 법정 재난으로 명시하고, 주관기관과 책임기관을 지정해 공식 매뉴얼을 보강한다. 전산 재난을 관리하는 재난상황실, 즉 ‘디지털안전상황실’도 신설한다. 1만7000여개 정부 전산 시스템 전체의 장애 발생 상황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대책에는 오류 발생 가능성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시스템 안정성 향상을 위한 중장기 대책도 포함됐다. 우선 700억원 이상의 대형 시스템 구축 사업의 경우 사실상 ‘대기업 참여 제한’을 폐지한다. 또 최저가 입찰이나 ‘단가 후려치기’ 등이 시스템 부실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에 따라 사업 대가 현실화도 도모한다.
시스템 구축 도중 정부가 업체에 전달하는 요구사항을 바꾸고 이 때문에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스템이 ‘누더기’가 되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과업변경’ 요건도 명문화한다. 정부 조직 내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없어 민간에 안정화 업무를 떠넘긴다는 지적에 따라 IT 전문 공무원 영입을 위해 연봉 제한 폐지 등 인재 확보에 나선다.
관건은 예산이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쓰임새가 적거나 중복되는 시스템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예산과 인력을 중요 시스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만7000여개 정부 전산 시스템을 대상으로 등급 재분류 작업에 착수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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