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 전향미씨 "언어·말투로 위축됐지만 이젠 대학원 공부 매진" [창간35-'먼저 온 통일' 탈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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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4078명.
지난해 12월까지 입국한 탈북민 숫자다.
탈북민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0.06%에 불과하지만 '먼저 온 통일'이자 '새로운 이산가족'으로서 분단 체제의 숙제를 몸소 보여 주는 존재로 의미가 크다.
"자녀가 뒤늦게 엄마가 탈북민인 걸 알고 '거지 같은 데서 온 엄마가 싫다'고 했대요."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북에서 온 걸 창피해하지 말자는 격려를 다른 탈북민들에게 전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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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생활 15년 차인 탈북민 전향미(35·사진)씨는 열 살 딸, 여덟 살 아들에게 고향을 숨기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택시를 타면 남편은 “제 아내 말투 이상하죠? 북에서 왔습니다”라고 먼저 말을 꺼내는 오지랖을 부린다. 두 아이를 키우며 대학원 공부까지 하는 아내가 자랑스러워서다.
지난 2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만난 전씨는 탈북민의 남한 정착은 편견 속에서 자존감을 되찾는 분투의 과정이라고 풀어놨다.
“초기엔 온 게 후회될 정도로 언어 때문에 힘들어요. 말이 다를 뿐인데 무식하다고 할까 봐 두렵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라’는 말을 못 알아들었는데 무시당할까 봐 말을 못했어요. 어딜 가나 말을 하는 순간 북한 말투 탓에 사람들 눈빛이 변하는데, 그걸 자꾸 경험하면 위축되고 자존심에 상처가 돼요. 내가 당 비서한테도 고개 빳빳이 들었는데 왜 여기 사람들은 날 무시하나 싶기도 했고요.”
탈북민 중엔 고향을 숨기는 이가 적잖다. 전씨 주변에도 조선족 출신이라고 하거나 자녀에게 탈북민임을 숨긴 경우도 있다. “자녀가 뒤늦게 엄마가 탈북민인 걸 알고 ‘거지 같은 데서 온 엄마가 싫다’고 했대요.”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북에서 온 걸 창피해하지 말자는 격려를 다른 탈북민들에게 전하고 싶어서다.
“저도 처음엔 남편에게 북에서 왔단 말을 뭐하러 먼저 하느냐고 말렸는데 오히려 남편이 왜 숨기냐며 ‘난 네가 멋지다’, ‘괜찮다’는 말을 많이 해 줬고 지속적으로 옆에서 자신감을 줬어요. 누구에게나 곁에 이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는 25세에 입국 후 회사를 다니다 27세에 결혼해 육아에 전념했다. 31세에 대학생이 됐고 38세에 북한학 연구 특수대학원에 진학했다. “20대 땐 북한을 잊고 싶었어요. 지금은 강원도만 가도 ‘여기서 죽 가면 고향인데’ 싶어 눈물이 나요. 실향민 어르신들 심정을 이해하죠. 애도 낳고 나이가 드니까 고향 친구들이 제일 보고 싶거든요. 꿈은 통일이 돼서 고향에 가는 겁니다.”
글=김예진 기자, 사진=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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