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원 위한 기획 연애” MAGA 음모론 표적 된 ‘스위프트 커플’
오는 1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미 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수퍼볼’이 11월 미 대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고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5)의 동갑내기 연인인 풋볼 선수 트래비스 켈시의 소속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진출하면서 스위프트의 관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스위프트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스위프트와 민주당을 겨냥한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서른다섯 살 여가수가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중대 변수로 떠오른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0일 트럼프 극성 지지층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사이에서 돌고 있는 음모론을 소개했다. 스위프트가 사실 국방부 비밀 요원이며, 젊은 유권자들이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투표하도록 부추길 것이라는 내용이다. 연일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스위프트와 켈시의 공개 연애 역시 바이든의 재선을 위해 짜고 치는 이벤트라는 음모론도 함께 퍼지고 있다. 가짜 커플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 상당수가 이 같은 주장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X(옛 트위터) 등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선거 개입(election interference)으로 조사받아야 한다”는 글을 공유하고 있다.
친트럼프 인사들도 음모론 확산에 불을 지피고 있다. 방송인 마이크 크리스피는 NYT에 수퍼볼 당일 벌어질 광경을 ‘예언’했다. 캔자스의 수퍼볼행은 이미 결정돼 있었고, 전·후반 사이에 열리는 음악 공연인 하프타임쇼에 맞춰 스위프트와 켈시가 만나서 바이든 지지를 외칠 것이라는 내용이다. 스위프트는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힌 적 없지만,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을 지지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스위프트를 ‘친바이든 인사’로 적대시하는 기류가 강하다.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은 끝없이 치솟는 스위프트의 절대적 인기 때문이다. 사상 최초로 콘서트만으로 매출 10억달러(약 1조3350억원)를 올리면서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스위프트 경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대중음악인으로는 처음으로 시사 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단독 선정된 그의 인기는 전성기 시절 엘비스 프레슬리·마이클 잭슨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게 스위프트의 대선 관련 발언은 메가톤급 효과를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Z세대는 미국 전체 유권자의 16.4%(4100만명)를 차지한다.
스위프트는 이미 거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인스타그램에 “우리는 힘이 막강하다. 우리의 목소리를 선거를 통해 내자”는 말과 함께 선거 유권자 등록 안내 페이지 링크를 첨부했다. 이 게시글을 올린 뒤 3만5000명이 미국 선거 유권자로 등록했다. 스위프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2억7900만명에 달한다. 그의 ‘입’과 ‘손가락’이 대선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끼칠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해 30일 공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5%)가 스스로를 스위프트의 팬이라고 답했고, 18%는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스위프트가 바이든을 지지하던 4년 전과 지금, 그의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바이든 진영은 다시 그의 공개 지지 발언을 이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 유력 정치인이자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지역 토론회에 참석해 “스위프트가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진영의)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NYT는 “스위프트의 지지를 거의 구걸하다시피 한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캠프는 정체된 지지율 상승을 위한 긴급 처방으로 바이든을 스위프트의 순회공연인 ‘에라스 투어’에 깜짝 등장시키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 잇따라 밀리고 있는 바이든 캠프는 여성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낙태권 문제를 새로운 전선으로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테일러는 낙태의 자유뿐 아니라 소수자 인권 등 친민주당 의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발언을 해왔다. 이 때문에 테일러와의 ‘연대’가 성사될 경우 선거 캠페인에 커다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도 ‘스위프트 변수’에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은 “트럼프는 측근들에게 ‘내가 스위프트보다 인기가 높고, 내 팬들이 스위프트 팬들보다 충성스럽다’고 말했다”며 “스위프트가 바이든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진영은 그녀를 상대로 성스러운 전쟁(Holy War)을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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