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 3.9% ↓…환란 이후 최대 감소
소비·투자 지표도 동반 위축
내수, 20년 만에 최대폭 줄어
유례없는 ‘보릿고개’ 탓에 지난해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동반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력 산업인 제조업 생산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줄었고, 내수 역시 20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전 산업 생산은 서비스업 생산 증가에 힘입어 0.7% 늘었지만 주력 산업인 제조업 생산은 1년 새 3.9% 줄었다. 제조업 생산 감소율은 1998년(-6.5%) 이후 가장 컸다.
소매판매액 지수도 2003년(-3.2%)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지속된 고물가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생산과 소비가 모두 부진했던 탓이다.
특히 제조업 부진은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업황이 크게 침체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반도체 생산은 수출 부진 여파로 전년 대비 5.3% 줄었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 반도체 생산 증가율이 26.8%였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추락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제조업은 지난해에 반도체와 전자부품 등의 (업황이) 상반기에 좋지 않았던 흐름 때문에 전반적으로 (생산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내수 역시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가 지난해 본격화하면서 상품 시장을 위주로 크게 위축됐다. 승용차 등 내구재(0.2%)에서는 판매가 늘었지만 음식료품과 같은 비내구재(-1.8%), 의복 등 준내구재(-2.6%) 판매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
다만 통계청은 최근 소비 방식 자체가 재화 소비에서 서비스 소비로 넘어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 2년간 비대면 온라인 구매를 통해 소비자들의 상품 소비 욕구는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그 기간 억눌린 대면 서비스 소비가 경제활동 재개 이후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서비스의 소비 흐름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해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다만 이 역시 1년 전(6.7%)에 비하면 증가율이 축소됐으며 도소매업(-0.8%) 등 업종은 같은 기간 오히려 줄었다.
고금리와 제조업 부진은 기업의 투자심리도 억눌렀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5.5% 줄어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7.2%) 투자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활기에도…결국 ‘내수’가 관건
정부는 최근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고 있는 점을 들어 올해 산업 생산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한 달 새 8.5% 늘며 전월(13.2%)에 이어 10% 안팎 증가율을 이어갔다.
문제는 내수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높아진 물가·금리 수준 탓에 소비심리 위축 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실질임금은 지난해 말 다소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이자율이 높아 지출 부담은 (올해에도) 상당할 것”이라며 “소비가 살아날지 더 침체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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