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아픔 잊지 않은 ‘캡틴’ SON…“지성이 형, 아직도 많이 원망” [GOAL 도하]

강동훈 2024. 1. 3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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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도하(카타르)] 강동훈 기자 = “(박)지성이 형을 아직도 많이 원망한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31일 오후 5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미디어 공개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전 승부차기 당시 첫 번째 키커로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박지성(은퇴)을 아직도 원망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앞서 손흥민은 같은 날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어김없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다. 이날 그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가운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꾸려 공격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조별리그 3경기 동안 2골을 넣었는데 모두 페널티킥(PK)이었다. 물론 PK 키커로 나서 성공시키는 과정까지 상당한 부담감이 따르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되지만, 많은 팬들은 손흥민이 시원한 필드골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사우디전에서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대신 그는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특히 사우디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공세와 야유에도 침착했다.



손흥민은 “(사우디전 승리로 8강에 오르면서) 저희가 더 단단하게 뭉쳐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어찌 보면 선수들뿐만 아니라 기자님들도 그렇고, 모든 팬분들도 그런 감정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제 승리로 저희가 더 가까워지고, 더 단단해지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게 되면서 기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다만 또 가장 중요한 건 너무 거기에 젖어 있으면 안 된다. 오늘부터는 다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게 저희 임무다. 잘 준비해서 다가올 호주전 좋은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전 끝나고 했던 말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은데, 지금 하나가 돼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서포트를 받아야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한 발 두 발 더 뛸 힘과 원동력이 생긴다”며 “어제가 참 좋은 예시였다고 생각하고 선수들이 그런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 진짜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또 많은 팬분들을 웃게 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팬들에게 비판보다는 응원을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손흥민은 계속해서 “이제 결승까지 생각하면 정말 2주도 안 남았는데, 그 시간 동안 저희가 한 가지 목표만 보고 달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독님께서 얘기하신 것처럼 비판은 대회가 다 끝나고 나서 해 주셨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더 강조했다.

손흥민은 이날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섰다. 첫 번째 키커의 부담감은 상당하다. 특히 첫 번째 키커가 넣느냐, 못 넣느냐에 따라서 팀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부담을 짊어졌고,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우스갯소리로 저는 아직 (박)지성이 형을 되게 많이 원망하고 있다. 저랑 지성이 형이랑 관계가 워낙 좋으니까 웃으면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데, 사실 그때의 후회를 다신 하고 싶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손흥민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박지성과 이영표(은퇴) 등 베테랑들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키커로 나서지 않고,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나섰다가 연이어 실축하면서 일본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아픔을 잊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첫 번째 키커나 마지막 키커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감독님이 첫 번째 키커로 나서달라고 하셔서 그렇게 결정됐다”고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서 성공시킨 손흥민은 곧장 골키퍼 조현우(울산HD)에게 다가갔다. 이때 어떤 말을 했냐는 질문에 “특별한 얘기는 안 했다. (조)현우 형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고 싶었고, 힘을 줘서 현우 형이 선방하면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현우 형이 승부차기 앞두고 키커들에게 ‘못 넣어도 괜찮다.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그 말을 듣고 절대 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넘쳐서라기보다는 매번 끝까지 남아서 연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클린스만호는 이제 8강에서 호주와 맞붙는다. 손흥민은 2015 호주 아시안컵 당시 결승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연장까지 이끌었지만, 끝내 패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분명히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 너무나도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고 호주가 상당히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그는 “그러나 축구라는 스포츠는 항상 또 이변이 항상 발생하는 거고 지금 2015년 얘기를 꺼내기는 참 그렇지만 그때 상당히 마음이 아팠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잘 회복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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