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고비용 산후조리원

강경희 기자 2024. 1. 3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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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미국 사는 언니가 애 낳고 나서 커다란 간호사가 번쩍 들어 찬물 나오는 샤워기 밑에 세웠다나 뭐라나. 이틀 있다 퇴원했대요.” “제 지인도 초여름에 아기를 출산했는데 바로 찬물로 샤워하라는 걸 안 하고 버티니 냄새 난다고 간호사가 엄청 구박하더래요. 한국 여성들은 왜 그러느냐며.” 해외에서 출산하는 한국 여성과 한국 와서 출산하는 외국 여성이 가장 크게 느끼는 차이가 산후조리 문화다.

▶우리나라는 “산후조리 잘못 하면 평생 골병든다”며 출산 후 한 달간 산모를 특별하게 보호하는 문화가 있다. 1990년대까지는 친정어머니나 산모 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집이나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했다. 별도 시설을 갖춘 산후조리원이 등장한 건 1990년대 중반이다. 채 30년도 안 됐는데 지금은 산모 10명 중 8명이 아기 낳고 산후조리원으로 직행한다. 입소부터가 치열한 경쟁이다. 평판 좋은 산후조리원은 임신을 확인하자마자 예약부터 해야 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월 1회 예약받는데 30초 만에 마감된다.

▶”출산 지옥 견디니 산후조리원 천국, 여기 퇴원하면 이제 육아 전쟁이 시작되겠죠.” 아이를 하나씩만 낳아 키우니 초보 아빠·엄마들은 신생아 수유하고 트림 시키기, 속싸개로 아기 감싸기 같은 기초 육아를 산후조리원에서 배운다. 북한에서 탯줄 끊어줄 사람도 없이 혼자 출산한 탈북 여성은 “산후조리원에서 알바를 했는데 이런 곳에서 아기를 낳으면 얼마나 좋을까 눈물 나더라”라고 했다.

▶2주간 비용이 지역따라 시설따라 수백~수천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상술이 끼어들면서 2주에 1500만~3000만원의 고급 호텔 뺨치는 곳도 등장했다. 한 연예인은 2주간 입소 비용 빼고, 스파와 마사지 받는 데만 수천만원을 썼다고 했다. “단유(斷乳) 마사지를 안 받으면 나중에 덩어리가 생겨 종양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공포 마케팅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작년 말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초저출산율이 중세 유럽의 흑사병보다도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는 그 매체의 여성 기자가 2주에 800만원짜리 강남의 비싼 산후조리원을 체험해 본 뒤 “산후조리원 입소에 큰돈을 써야 하는데 이는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전체 비용의 극히 일부”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에서 최상의 산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산후조리원이 널렸는데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교육도 과도한 과시와 경쟁 문화로 점점 ‘고비용 구조’가 되니 그 높은 장벽을 넘을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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