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세포가 충격에 더 강했다...노화가 죽음의 과정이 아닌 이유
늙음은 죽음을 향한 도정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노화 연구에 입문하여 그 생각을 바꿨다. 노화의 본질과 죽음의 관계를 알아보려고, 늙으면 죽음을 유도하는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리라 가정하고, 세포나 개체가 죽는 조건이 무엇인가를 밝히려고 했다.
우선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를 대상으로 자외선을 점점 강하게 쪼이면서 죽음에 다다르는 조건 차이를 알고자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한 자극을 주자 젊은 세포들은 바로 죽어버리는데, 늙은 세포는 죽지 않았다. 수차례 반복해도 마찬가지였다.
국제 학회에 이 사실을 발표하니 세포가 처한 인위적 상황 때문일 것이라며 개체 상황은 그러지 않으리라는 반박이 나왔다. 그래서 바로 동물실험에 들어갔다. 젊은 생쥐와 늙은 생쥐를 대상으로 복강에 DNA를 파괴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약물을 주입했더니, 역시 젊은 생쥐의 조직은 크게 손상됐지만, 늙은 생쥐 조직 손상은 미미했다.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자극을 주었을 때 젊은 세포나 개체들은 예민하게 반응하여 죽음에 이르는 데 반하여, 늙은 세포나 개체는 이에 저항하여 잘 견디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늙은 세포의 이러한 세포 사멸 저항성은 늙음이 단순하게 죽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고, 오히려 생명을 오래 지키려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본모습이고 노화의 본질이기 때문에 늙음이 죽어가는 과정이라는 고정관념을 수정해야 한다. 늙음은 주어진 생명을 지키는 진지한 과정이기에, 이제 나이 듦의 가치를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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