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 '카탈루냐 분리' 줄타기... 국민 반감·의회 과반 사이 '진퇴양난'

김나연 2024. 1. 3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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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다시 총리직을 시작한 지 2개월여 만에 암초를 만났다.

국민 대다수 반대를 무릅쓰고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 법안을 내놓았지만 연대했던 소수 정당이 더 강한 법을 요구하며 부결시킨 것이다.

미국 AP통신, 영국 가디언 등은 30일(현지시간) 스페인 의회에서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 법안이 찬성 171표, 반대 179표로 부결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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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 법안 부결
소수 정당 "더 강한 보호 필요" 반대표
스페인 여론 부정적... 국민 70% 반감
페드로 산체스(왼쪽) 스페인 총리가 30일 스페인 마드리드 하원 본회의장에서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법'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마드리드=EPA 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다시 총리직을 시작한 지 2개월여 만에 암초를 만났다. 국민 대다수 반대를 무릅쓰고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 법안을 내놓았지만 연대했던 소수 정당이 더 강한 법을 요구하며 부결시킨 것이다. 카탈루냐에 대한 스페인 국민의 반감도 부담이지만 소수당의 요구를 저버리면 '원내 과반' 지위가 날아간다. 진퇴양난이다.

미국 AP통신, 영국 가디언 등은 30일(현지시간) 스페인 의회에서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 법안이 찬성 171표, 반대 179표로 부결됐다고 전했다. 카탈루냐 분리주의를 지지하는 소수 정당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JxCat)'가 법안이 불만족스럽다며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사면법은 산체스 총리가 약속한 법안이다. 중도좌파 성향 사회노동당(PSOE)을 이끄는 산체스 총리는 지난해 7월 총선에서 350석인 스페인 의회 의석 중 12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소수 정당과의 연대로 결국 지난해 11월 총리 재임에 성공했다. 산체스 총리는 당시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소수 정당 카탈루냐 공화좌파당(ERC), JxCat와 연대하며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를 사면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이때 연대한 JxCat가 이번 법안이 충분치 않다며 부결시켰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JxCat는 테러·반역 등 혐의에 대해 사면이 즉각적으로, 더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을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사면법의 주요 수혜자는 JxCat를 이끄는 카를레스 푸지데몬으로, 그는 2017년 카탈루냐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폭동 혐의로 기소돼 벨기에로 망명한 상태다.

산체스 총리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스페인 국민들의 반감이 큰 '카탈루냐 분리주의'를 끌어안은 것부터가 '울며 겨자 먹기'였는데 더 급진적 정책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지난해 9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70%가 이 법안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AP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도 "(의회 과반 확보에) 소수 정당 의석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사면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스페인 시민들이 지난해 11월 마드리드 페라즈 거리 스페인사회노동당(PSOE) 본부 주변에서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 재선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가 들어 올린 현수막에 '스페인이 깨어났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마드리드=EPA 연합뉴스

카탈루냐 독립 시도는 스페인 국민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준 사건이다.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 지역은 독자적 언어·문화를 가진 데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할 만큼 부유해 독립 열망을 품고 있었다. 2017년 10월 분리 독립 주민투표에서 찬성표가 92%나 나오자 이에 힘입어 푸지데몬이 이끌던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결국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가 '자치정부의 국익 침해 시 중앙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헌법 제155조를 역사상 처음으로 발동해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강제 해산시켰다. AP는 "푸지데몬과 카탈루냐 독립 문제는 많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혐오스러운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런 국민적 반감을 알아도 산체스 총리는 JxCat를 포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JxCat는 7석에 불과한 소수 정당이지만 이들 없이는 산체스 총리가 의석수 과반을 달성할 수 없어서다.

사면법은 논의를 거쳐 다시 의회에 회부될 수는 있으나 이번 부결이 산체스 총리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했다는 진단이 많다. AP는 "이번 패배는 분리주의자들의 손에 입법이 달려 있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대학 정치학자인 파블로 시몬도 "(정부가) 매 투표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다"고 NYT에 말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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