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 내 노후 대책은 로봇 발굴

기자 2024. 1. 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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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다. 이쯤 되니 주변에선 “살 만큼 살았다” “더 이상의 세월을 셈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같은 냉철한 덕담을 남겨주었다. 이 와중에 “아이가 없는데 부부가 붙어 살 수 있는 비결이 무어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서, “왜 나이 먹도록 살고 있느냐”고 묻는 이는 없어도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묻는 이는 많은 세상이니, “출산을 하는 것에 이유가 없듯, 비출산을 하는 것에도 설명을 달고 싶지 않다”는 말을 꾹 누르고, “저희가 금슬이 좋아서요”라며 대충 뭉갰다. 주변에도 자녀 없이 부부 둘이 오손도손 잘 사는 경우가 퍽 많아서, 자녀 없는 부부의 공생법에 대해 굳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집안에 젊은이 하나 없이 맞이할 우리의 노후에 대해, 사실 가장 걱정되는 점이 있기는 하다. 세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게 될 나의 노후한 감각에 대한 것이다. 꼭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자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사소한 데서 AI 네이티브 세대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올 게 눈에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60대 장년층만 해도 꽤 단순한 기술 앞에서 좌절감을 느낀다. 정보가 유독 많은 키오스크, 툭 하면 오류가 뜨는 스마트TV, 해외 로밍이 된 건지 만 건지 도통 믿음이 안 가는 휴대전화, 전보다 더 험악해진 것만 같은 운전환경 등등. 노안과 순발력의 저하로 당혹스러움은 배가된다. 이럴 때 “뭐가 안 되면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자식의 코멘트마저 없으면, 미처 검색해볼 발상조차 못한다고도 한다. 이런 와중에 신체 곳곳에서 이상 신호도 울린다. 가뜩이나 복잡한 머릿속에 새로운 불안이 자리한다.

노화는 인류의 수천년 노력에도 여전히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자리했다. 위생환경 개선과 약물 개발로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게 돼, 따지고 보면 우리 세대는 노화의 기간을 더 길게 겪게 됐다고도 볼 수 있다. 다행히 노인을 돕는 기술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실버 산업군인데,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감정적 도움을 주는 반려 로봇 및 원격 소통 도구, 건강 우려를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헬스케어 디바이스, 이동의 편의를 높이는 모빌리티 기술 등이다. 종합해 말하면 ‘돌봄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기술들은 더 많이 발전돼야 한다. 사람과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는 반려 로봇은 완벽하게 시장을 형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의 러봇(Lovot)처럼 반려견 같은 역할을 하는 로봇은 있지만, 기능적으로 돌봄까지 이어지는 로봇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족 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부류의 로봇은 가격이 높고 넘어야 할 기술적 허들이 많다. 헬스케어 디바이스는 사용자 몸에 내내 붙어 있을 수 없어서 주로 충전기에만 꽂혀 있곤 한다. 노인의 운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홀로 또는 함께 늙는 개인들의 안온한 삶을 위해, 언제까지 간병인 보험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할까. 사회보장을 기대하는 것보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게 낫겠다고 뼈저리게 느끼는 요즈음, 내 노후를 책임질 로봇과 기술을 애타게 찾고 있다.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학습하는 직업> 저자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학습하는 직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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