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산양 빼먹은 AWP영양풍력 환경평가 ‘부실조사’ 결론

경북 영양 AWP영양풍력발전 예정지 주민들이 31일 오후 AWP영양풍력발전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거짓부실검토전문위가 열린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무분별한풍력저지 영양·영덕공동대책위원회 제공.

AWP영양풍력발전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부실 조사’라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절차상 환경영향평가 재평가는 어려워 사업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31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에서 열린 ‘AWP영양풍력발전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거짓부실검토전문위(이하 거짓부실위) 회의’에서 거짓부실위는 사업자인 풍력발전업체 AWP 측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상의 산양 조사 관련 내용이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부실 조사’라는 결론을 업체 측에 통보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보완 조사 요구,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짓부실위는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또는 부실하게 작성됐는지를 두고 환경부 관료와 환경부 산하 검토기관 전문가, 민간 전문가와 변호사 등이 참여해 검토하는 기구다.

AWP영양풍력은 경북 영양읍 기산리, 무창리, 송하리 등 17만3356㎡ 면적에 4.2㎿ 용량의 풍력발전기 14기를 세우는 사업이다. 주민 다수가 풍력발전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데다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멸종위기 포유류인 산양, 붉은박쥐 등의 존재를 누락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경북 영양군 주민들이 영양군 기산리와 무창리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멸종위기 산양의 모습. 무분별한 풍력 저지 영양·영덕 공동 대책위원회 제공

사업자가 환경부에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산양 서식 사실이 없는데 주민들이 2021년부터 설치해둔 무인카메라에는 사업 예정지 21곳에서 산양이 잇따라 촬영됐다. 주민들은 사업자가 무인카메라를 산양이 없을 만한 평지나 구릉 등에 달았다고 주장한다.

또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박쥐가 한 개체도 없었다고 기재돼 있는데 지난해 9월 국립생태원의 현장조사에서는 멸종위기종 붉은박쥐가 발견됐다. 거짓부실위는 이날 붉은박쥐 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환경부는 2017년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멸종위기종 서식지 등 자연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부동의’ 처리했다. 그러나 2022년 새로 제출된 평가서에는 ‘협의’ 의견을 냈다.

사업자 측의 산양 조사가 ‘부실’했음이 드러났지만 풍력발전단지 조성이 그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영향평가 내용이 ‘거짓’으로 결론이 나면 환경부가 ‘재평가’를 요구할 수 있지만 ‘부실’ 결론일 때는 재평가 요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송재웅 무분별한풍력저지 영양·영덕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사업자가 고의로 산양을 누락시켰음에도 산양 조사가 ‘부실’했다고만 결론을 내린 것은 환경부가 사실상 사업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