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美 약해보이면 더 세게 나와… 도발 수위 끌어올릴 것” [창간35-인터뷰]
우크라·중동·대선 등으로 얽매인 미국
아무것도 못 하는 지금이 북한에 호재
김정은·푸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
북·러 밀착 강화… 상호방위조약 가능성
김정은 유고 땐 김여정 새 지도자 유력
양안문제 미·중 갈등 부상 우려는 낮아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있고 두 달여가 지난 2013년 4월29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전문가 5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북 정책과 관련한 조언을 들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분노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성윤 당시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외교안보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의견을 냈다.
이 선임연구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 윌슨센터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북한이 도발 수위를 또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속수무책인 지금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절호의 기회라는 이유에서다.
우선 그는 “북한이 올해 도발을 멈출 이유가 별로 없고, 점차 큰 규모의 도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있다”고 짚었다. 핵실험, 국지 도발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11월에 연평도 포격과 같은 정도 수위의 도발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서 “1961년 김일성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북·소 군사조약을 체결한 이후 소련 패망으로 없어졌던 조약을 다시 맺으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보면 2019년 4월 정상회담과 비교해 두 정상이 한층 더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2019년 당시 푸틴 대통령이 회담 이튿날 중국을 방문하면서 러시아에 혼자 남겨진 김 위원장이 격분했다는 미 행정부 고위층의 전언도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만찬에서 와인과 보드카를 마신 뒤에도 숙소로 돌아와 술을 아주 많이 마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다 이튿날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당시 정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2019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두 사람의 몸짓, 특히 푸틴의 행동이 훨씬 더 정중하고 (김 위원장을) 존중하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이런 북·러 관계 강화를 경계하겠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달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 전에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모두에게 밀착해 더 큰 지원을 얻어내려는 의도가 있고, 그 의도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에도 북한은 그의 재선 제한 임기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2기에 외교적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고 북한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임기를 활용해 주한미군 부분 철수 등의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김여정 부부장을 다룬 ‘더 시스터’를 냈다. 책은 영국과 독일, 우크라이나, 핀란드, 포르투갈, 폴란드, 대만, 싱가포르 등 10개국에서 번역이 확정됐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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