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엔진 국산화 가능할까?…“핵심은 냉각기술”[오상현의 무기큐브]
발전용 터빈 블레이드 국산화…냉각기술이 관건
내열합금소재 국산화, 감항인증 등 역량 결집해야
산업적 파급효과 크다…엔진 국산화, 지금이 적기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지난해 프로파일럿 애청자들은 유독 ‘엔진’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아무래도 국내기술로 개발한 한국형전투기 KF-21의 중요 구성품 중 엔진을 국산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인 듯 했습니다.
그래서 프로파일럿팀은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에서 가스터빈엔진을 연구하고 있는 조형희 교수에게 항공기용 가스터빈엔진 국산화 가능성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의 대답은 “가능하다”였습니다. 당연하다는 듯한 답변에 좀 놀랐습니다.
조형희 교수는 한국에서 석사과정까지는 유체기계를 연구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가스터빈엔진을 연구했는데 그가 수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현재 하늘을 누비고 있는 보잉777 기종에 사용되는 GE90 엔진입니다.
그런 그가 1995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더 이상 항공기엔진을 연구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기술수준은 항공기는커녕 발전기용 가스터빈도 수입해서 써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발전용 가스터빈 고온부품 국산화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30년 동안, 가스터빈 부분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인 열설계와 냉각기술을 연구했던 그가 국산 항공기엔진 제작이 가능하다고 답한 겁니다.
발전용 터빈 블레이드 국산화…냉각기술이 관건
엔진을 설계하는 과정은 뒤에 정리할 수많은 기술적인 부분들을 하나로 합쳐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같습니다.
조형희 교수는 “실제로 항공기엔진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1000개의 공급망이 필요하다”며 “국내 업체 중 한 곳이 엔진을 면허생산하면서 500개 정도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수준이어서 나름 국내도 이미 부품업체의 공급망이 상당부분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컵에 물이 반 밖에 없다’가 아닌 ‘반이나 있다’라는 마인드였습니다.
그는 “우리가 처음 발전용 엔진을 개발할 때도 역설계부터 시작했다”며 “그런 바탕에서 기술 개발이 어느 정도 축적돼 있기 때문에 국내 모든 역량을 집결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 교수가 국산화에 성공한 부분은 주조방식으로 발전용 가스터빈 블레이드를 제작하는 기술입니다.
가스터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공기를 압축하는 압축부와 연료를 분사하고 연소하는 연소부, 고온과 고압의 가스가 팽창하면서 동력을 얻는 배기부로 나눕니다.
이 때 배기부는 상당한 고온에 노출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돌아가는 터빈 블레이드를 2~3년에 한 번씩 수리하거나 교체해야합니다.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그만큼 산업적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입니다.
조 교수의 가스터빈 블레이드 국산화 노력은 이런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배기부 연소가스의 온도는 엔진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1400~1600℃ 정도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내열합금이 버틸 수 있는 온도는 900℃ 수준.
나머지 600~700℃는 냉각기술로 버텨야하는 상황인겁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터빈 블레이드에 영향을 끼치는 열을 공기나 냉매를 통해 균일하게 600~700℃도 식히는 일. 과연 쉬울까요?
조형희 교수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정말 대단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 교수는 터빈 블레이드를 잘라낸 안쪽 면을 보여주며 “사용되는 블레이드 내부를 보면 냉각 공기를 흘려보내기 위한 복잡한 요철과 구멍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연소가스 온도는 항상 일정하게 오는데 다양한 이유로 열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곳을 핫스폿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경우에는 그 핫스폿이 녹아내리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곳은 갈라진 틈이 생기는데 이는 각 부위를 균일하게 냉각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열응력 때문”이라며 “적절하게 냉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조 교수는 “엔진 블레이드의 작은 요철을 만드는 기술은 고온·고압가스가 블레이드의 표면과 내부를 어떻게 지나가는지 공기의 흐름을 분석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요철의 위치와 구멍의 크기 등을 지정하고 제작하는 고도의 기술”이라며 “유로의 폭과 요철의 각도, 높이, 간격, 폭의 변화, 핀들의 형상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 설계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작은 돌기 하나, 먼지같이 보이는 구멍의 위치 하나하나가 다 기술인 샘입니다.
내열합금소재 국산화, 감항인증 등 역량 결집해야
발전용 가스터빈과 항공기용 엔진은 분명히 다릅니다. 조 교수는 누구보다 각 요소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발전용은 지상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적정한 조건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크기나 무게에 전혀 제약을 받지 않고 오로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개발이 돼 왔다”며 “이에 반해 항공용은 무게와 부피를 콤팩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더 중요한 조건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대략 200개 항목의 감항인증 조건을 만족해야만 항공기용 엔진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완벽한 국산화를 위해서는 소재도 국산화 돼야한다”며 “해외 선진회사들이 통상 합금소재를 20여종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5개 정도 보유하고 있어서 이 부분도 차근차근 넓혀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 나아가 “3D 프린팅 기술과 가공기술, 코팅기술까지 다 섭렵해야 궁극적으로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때문에 조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에 있는 역량을 다 모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무인기용 고효율 터빈기술 특화연구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구센터에서는 무인기에 사용될 가스터빈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현재 켈빈온도(K) 1600에서 운용되던 것을 더 업그레이드해서 1700~1800K에서 운전될 수 있는 엔진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같은 기초연구 수행 결과를 바탕으로 유·무인기 둘 다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냉각기술 연구성과와 공기역학 연구성과, 또 이 연구 결과를 반영한 설계기술 연구까지 합쳐 고온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설비를 만들고 테스트 하는 연구까지 진행시킬 것”이라며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산업적 파급효과 크다…엔진 국산화, 지금이 적기
조형희 교수는 우리나라가 역량을 결집해 항공기용 엔진을 국산화해야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전투기용 엔진을 만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민간엔진으로 전파될 수 있고, 또 더 파생해서 선박용 엔진과 신재생에너지를 백업하기 위한 발전용 엔진으로도 파생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상당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상업성을 분석해보면 항공기 엔진을 면허생산하고 있는 국내 업체의 경우 연 매출이 1조원정도 된다”며 “우리가 모듈까지 국산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고, 세계 시장의 3%정도만 확보하면 연 매출 7조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것은 당연히 국내 여러 공급망인 중소기업 50~500개까지 혜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대목을 언급할 때 조형희 교수는 연구실에 있던 KF-21 모형을 집어 들었습니다.
조 교수는 “우리가 KF-21전투기를 국산화 했다”고 말문을 열면서 “그런데 불행하게도 동체는 우리가 개발했지만 엔진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엔진을 가져다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저희가 어떻게 하면 엔진도 국산화해서 완벽한 국산 전투기를 만들까 그런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지금이 바로 그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적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습니다.
문과출신이라 죄송한 저에게는 정말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조형희 교수의 쉽고 친절한 설명 덕분에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을 통해서 그 친절한 설명을 같이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또 글에서는 다 언급하지 못한 엔진 역설계 당시의 어려움도 영상에 담겨있습니다.
항공기 엔진 국산화. 정말 가능할까요?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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