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졸업해도, 이 순간처럼…우정은 겨울도 뻥 차버렸다[금주의 B컷]
권도현 기자 2024. 1. 31. 19:53
“사람 막아! 사람!”
“열심히 뛰어! 열심히!”
평년보다 포근한 날씨를 보인 지난 29일 서울 구로구 안양천 축구장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인근의 우신고, 경인고, 구현고, 고척고 등의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운동장을 누볐다.
개학날 공을 차러 나온 친구들의 얼굴에는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오후의 햇살 아래 학생들의 그림자가 운동장에 길게 새겨졌다. 심판도 없는 경기는 진지했다. 오프사이드를 지키고, 상대 선수가 넘어지면 경기가 중단됐다. 벽을 쌓은 친구가 프리킥을 엉덩이로 막아내자 모두 박장대소했다. 엎치락뒤치락 2 대 2 상황에서 결승골이 터지자 승리한 학생들이 환호하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겨서 기뻐하는 모습과 져서 아쉬워하는 모습이 ‘아시안컵’ 못지않았다.
경기를 지켜본 뒤 학생들에게 다가가 졸업한 뒤에도 오늘처럼 모여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고필재군이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앞으로 졸업을 하게 되면 쉽지는 않겠죠. 그래도 시간이나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는 모여서 같이하지 않을까요. 그 핑계로 얼굴도 보고요.”
이날 날씨만큼이나 포근하게 느껴지는 우정이었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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